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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기적 같은 아이

행복했던 입양가족의 삶이었다 1

by 크레이지고구마

결혼 3개월 만에 이를 임신했지만,

긴 입덧과 두세 번의 유산의 위험 그리고 난산...

이 과정을 아는 사람들과 의사 선생님은 지윤이를‘기적 같은 아이’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약해서 작은 상처에도 항생제를 맞아야만 상처가 아물었고,

잔병치레로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유산되지 않고 태어나준 것과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자라주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다.


내가 중학생이던 어느 날 아빠가

“네가 커서 아기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기를 입양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우리 신앙인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아빠가 하지 못했던 것을 너는 했으면 좋겠다.”라고 아주 진지하지도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말씀하셨고, 그 이후 나는 아이를 두 명 낳고 한 명을 입양해야겠다고 마음에 새겨졌던 것 같다.


그런데, 둘째는 그렇게 쉽게 오질 않았다.

느낌이 이상하여 산부인과를 찾았고

자궁내막이 너무 얇아 착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첫째가 건강하고 정상아냐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임신기간 동안 유산의 위험과 엄청난 입덧이 있었고,

면역력이 지나치게 약하지만 장애나

큰 병이 없는 정상아를 분만했다고 하니,

내 자궁상태에서 정상아를 분만한 것이

기적 같은 일이라며,

더 이상 임신할 생각은 말고

지윤이를 잘 키우라고 하셨다.


그렇게 26살의 난 첫째를 출산하고

둘째 난임판정을 받았다.


그 이후 남편은 입양을 원했지만,

당시 나이가 어렸던 내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데다,

어떤 TV프로그램에서 10대 미혼모의 인터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입양에 대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게 되었다.


둘째를 가지기 위해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를 선택했다.

성공률이 낮지만 한 번은 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여러 가지 정보와 산부인과를 알아보던 중에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잘 읽지 않던 가톨릭신문을 보다가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쓴 글을 읽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그 순간,

생명체가 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는데,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는 여러 개의 난자와 정자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킨 후 두세 개의 수정란만을 두고 나머지는 버려서 죽게 된다는 글이었다.


그 글을 읽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글을 읽자마자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는 당장 포기했다.

이미 한 명의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이 한 명 더 낳자고 더 많은 생명을 죽일 수는 없었다.


아마도 내가 출산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난 아마 최선을 다해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도했을 것이다.


지윤이의 출산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칼럼은

내게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를 포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윤이의 간곡한 부탁으로 입양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열었고,

수많은 고민과 15개월의 기다림 끝에 봄이를 만나게 되었다.


봄이를 만났던 날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얼굴을 보지 않고 간단한 이야기만 전화로 듣고

입양을 결정했던 터라

입양 결정 후 일주일간 설렘보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보냈었다.


다들 입양할 아기를 보면 “아, 이 아기다”라는

느낌이 온다고들 TV에서 그랬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는 않았다.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자고 있는 봄이를 안았고,

깨서 우는 봄이를 달래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꼈었다.


봄이와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봄이도 '기적 같은 아이’라는 말을 한다.


나와 외모와 식성 등 많은 부분이 닮기도 하지만,

봄이가 태어났던 날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어쩜 봄이는 뼛속까지 니 딸이다’라며

웃으며 얘길 하곤 한다.


봄이가 태어났던 날은 지금도 너무 생생하다.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던 날인데,

날씨가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행복한 느낌이 머리부터 스며드는 기분이었어서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런 나의 기분과 느낌을

이야기하고 문자를 보냈었는데,

다들 그날이 봄이가 태어난 날임을 뒤늦게 알고는

깜짝 놀랐었다.


봄이로 인해 내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어

너무 보기 좋다는 내 주변인들.

봄이로 인해 내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으니

어찌 나에게 있어 기적 같은 아이가 아닐 수 있을까!


봄이가 내 딸이 되고, 우리 가족이 된 것은

봄이의 생모가 봄이를 지켜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만약 봄이의 생모가 마음을 조금 다르게 먹었다면

봄이 같은 예쁜 아기를 만날 수 있었을까

한 번씩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봄이로 인해 새 삶을 얻었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생명을 소중히 지켜내고,

아이를 위해 큰 결정을 하고 봄이를 만날 수 있게 해 준

봄이 생모에게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봄이는 밤에 자다가 한 번씩 깨서 엉엉 우는데,

그 모습조차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한다.


이런 얘길 하면 사람들은 밤에 자다가 깨서

아기를 달래주려면 짜증 나는데

뭐가 귀엽냐고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보이는 게

나도 신기하기만 하다.


밤에 깨어난 봄이에게

“우리 아가, 엄마 바로 옆에 있잖아.”하면

자면서도 그 작은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고 웃으며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든다.


“봄아~!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봄이가 엄마 딸이라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

라고 얘기하면 봄이는 나를 꼭 안아주고는 잠이 든다.


나를 안아주는 봄이의 작은 팔이

또 한 번 나를 행복함에 젖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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