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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간호사 Mar 06. 2023

저도 여행 갈 수 있겠죠?

말 안 듣는 몸뚱이

버킷리스트이자 그해의 목표에는 변함없이 <여행>이 자리 잡고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도전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나의 도전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서점이라도 가 볼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신난 기분과는 다르게 몸은 슬펐는지

작은 딸내미는 책 보라 놔두고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기운 없이 터벅터벅 책 앞까지 걸어왔지만

서점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누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서점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만약 일이 있어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면 이미 긴장과 불안에 휩싸인다.

더군다나 여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하게 된다.

근처 병원을 미리 알아봐야 하고,

진통제와 지사제, 항염제등 약도 넉넉히 챙겨야 한다.

여행을 간다 한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더 고역이다.

오래전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했던 내 가방엔

즉석밥과 김, 약간의 소소한 반찬이 자리를 가득 차지했다.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고 싶기도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모험을 할 수도 없다.



슬프게도 이젠 그 모든 걸 포기하며 여행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는 방구석 여행을 찾았다.

책으로, 영상으로 나름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아픈 배를 달래며 누룽지로 허기를 채우고 있지만,

병실에 누워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해 질 녘, 병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퇴원만 해도 감사히 생각하겠노라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퇴원 후에도 살아있음에 감사히 생각한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못 가진 것에 불평하지 않으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작지만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공포를 떨쳐내고

가까운 미래에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 다닐 수 있길 소망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듯,

머나먼 여행지에서 신나게 껄껄 거리며 웃고 있을 나를 위해.

다음 주도 도전, 다음 달도 도전이다!

딱 기다려라. 어디든 가주마.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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