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계피롤빵 한 조각의 구원
'사소한 온기가 구원이 되는 순간'
앤과 하워드는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었다. 앤은 아이가 죽기 전에 생일 케이크를 예약 주문했지만 찾으러 가지 못했다. 앤이 병원과 집을 오가는 동안 수시로 빵집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빨리 찾아가라는 그의 독촉 전화는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 아이가 입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앤은 병원에서 프랭클린 가족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들과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얼마 뒤 병원 간호사에게 그 아이의 안부를 물었을 때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아이가 입원하고 시간이 장기화될수록 앤과 하워드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의사는 계속해서 괜찮을 거라고,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였다. 사고 이후에 앤과 하워드는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어떻게든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발버둥 쳤다.
소설에서 발견한 게 몇 가지 있다. 먼저 앤과 하워드는 아이 사고에 대해 서로를 탓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서로를 더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앤과 하워드는 아이가 죽은 후에 조금 의심쩍어했지만 무능한 의사를 탓하지 않았다. 말로 안심시키는 일만 했을 뿐인 의사를 질책하지도 않았고 아이의 증세가 나아지지 않을 때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앤의 집에 걸려온 빵집 주인의 독촉전화는 앤에게 현실을 상기시키는 상징적인 수단이다. 가혹한 현실을 잊고 싶은 앤에게 케이크를 찾아가라는 끊임없는 전화는 괴롭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앤은 전화에 분노했으나, 정작 병원과 의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앤과 하워드는 그렇게 싸우거나 반응할 힘마저 이미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앤과 하워드는 그들의 억눌린 분노와 화를 풀기 위해 늦은 밤 빵집을 찾아갔다. 빵집 주인도 이미 독촉하면서 지쳤는지 케이크값도 받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앤은 분노가 풀리지 않아서 아들이 죽었다는 말과 함께 소리쳤고 울었다. 빵집 주인은 의자를 가져와서 앤을 앉게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따뜻한 계피롤빵과 커피를 내와서 대접했다. 앤과 하워드는 거절하기는커녕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 빵집 주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밤새 먹으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지막 장면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피롤빵이 너무나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계피롤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됐다. 빵집 주인이 앤 부부에게 계피롤빵을 권한 것은 너무나 현명했다. 소설에 보면 빵집 주인은 이후에 검은색 빵도 권하는 장면이 나온다. 곡물빵인 듯하다. 계피롤빵부터 권한 이유도 생각했다. 아마 계피롤빵은 압도적인 계피와 바삭바삭함을 알려주는 빵냄새가 압도적이었으리라. 누구나 입에 침이 고이는 그런 맛일 게 뻔하다.
그리고 구운 빵인 만큼 씹는 맛도 함께 느끼기에 최적화된 빵. 그러니 앤과 하워드처럼 지친 데다가 감정적으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계피롤빵과 커피의 조화는 그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최상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허기가 가신 후의 앤과 하워드는 다시 차분해진 상태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나갔을 것이다.
또 두 번째로 권한 검은색 빵도 곡물로 만든 것으로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웠을 것이다. 앞의 계피롤빵이 씹는 맛과 향기의 조화가 최상이었다면, 이 빵은 앤과 하워드를 더욱 차분하게 하면서 씹으면서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았을까.
빵집 주인이 빵을 대접하면서 하는 말이 바로 이 작품의 제목이다. 앤 부부에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건 바로 따뜻한 계피롤빵과 커피.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였으리라. 이 사소한 것이 앤과 하워드에게는 잠시나마 괴로운 현실을 잊는 몰약 같은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