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이 자만이 되려 할 때
축구장 전광판에 2만 6천여 명의 관람객이 모였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인원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시끌벅적한 틈을 비집고 손을 오므려 남편에게 속삭였다. 자꾸 새어 나오는 웃음은 숨기지 못한 채.
“말도 안 돼. 2만 명이 이 정도인데 이것보다 10배나많은 20만 명이 내 영상을 봤다고… 이게 말이 돼?”
한 달 전에 올린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새로고침 할 때마다 몇 백씩 오르더니 순식간에 1만에서 10만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20만이 돼버린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종일 어안이 벙벙했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인구수나 축구장 인파에 빗대어 겨우 실감할 뿐이었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흔적도 없이 휘발되는 기억을 좇으며 나무를 깎았고 그 과정을 좋아하는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 노트 정도로 생각했다.
군침 도는 레시피를 공유한다던가, 보기만 눈이 흐뭇한 미남 미녀 브이로그도 아니고, 누구나 관심 갖는 주젯거리를 다루는 채널도 아닌 순전히 나를 위한 채널에 불과했다.
그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내 경험을 누군가는 특별하다고 했다.
이곳과 반대의 계절을 사는 먼 나라의 누군가는 찬사의 말을,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반가움의 인사를, 꿈을 잠시 잊고 있던 사람에게 내 영상이 다시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그리고 어느 날은 짧지 않은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에서 잔잔하고 편안한 마음의 동요를 느꼈습니다. 저희 부부가 작은 Tea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별도의 요청 없이 Tea를 제공해 드리고 싶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었고 어깨를감싸 토닥여주었다.
한낱 티끌에 불과했던 나를 광활한 우주로 띄우려고작정한 것 같았다.
이런 관심은 독일까 약일까?
연을 하늘 높이 띄우는데 누구의 도움 없이 나 혼자 죽어라 달리면 곤두박질치기 마련이다. 연을 띄우는 것도 띄워 놓은 연을 땅으로 떨어지 않게 하는 것도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야 아득히 비상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어쩌다 바람을 타고나니까 한동안 잠자코 있던 인정욕구가 느슨해진 줄을 타고 스미는 듯했다. 타인에게 박수를 받기 위한 일이 돼버리면 작은 질타에도 쉽게 휘청이게 될 것이다.
연을 날려본 사람은 안다. 연이 어느 정도 높이에 다다르면 안정적으로 떠있게 되는데 그때는 연줄을 감고 풀기를 반복하며 적당한 텐션을 유지해야만 오래 떠 있을 수 있다.
자만은 낮추고 자존을 띄워야 할 때다.
이상 구독자가 세 자릿수에서 네 자릿수가 되어 정신 못 차리는 초보 유튜버의 푸념이었습니다.
골드 버튼을 받았다고 착각하시면 아니 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