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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ls Oct 03. 2022

일본에 유니콘 기업이 우리나라보다 적은 이유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르는 말이다.


유니콘 기업은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 전에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성장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기 때문에 2013년부터 나오게 되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기업의 급격한 성장 및 플랫폼 기업 개념의 등장으로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22.8월 기준으로 1,100개 유니콘 기업이 존재).


<표 1> 전 세계 유니콘 기업 현황('22.8, CB Insights)


<표 1>를 보면, 2022년 현재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의 국가별 순위를 알 수 있다. 미국이 629개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며, 그다음으로 중국, 인도가 각각 2위와 3위로 랭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0위로 15개 유니콘 기업이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다만, 이는 글로벌 기준에 의한 것이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23개 유니콘 기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집계됨).


다만, 해당 표를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가별 순위가 대체로 수긍이 가는데 반해, 일본은 국가의 경제력에 비해, 순위가 공동 17위로 너무 낮기 때문이다.


<표 2> 국가별 명목 GDP 순위('22.4, IMF) 


일본은 명목 GDP가 3위인데 반해, 유니콘 기업은 명목 GDP가 20위인 스위스, 표에는 없지만 29위인 아일랜드와 같이 17위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일본이 지난 20년간 쇠퇴기라서?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는 경제구조 때문에? 벤처투자와 같은 투자방식에 일본이 익숙하지 않아서?


물론 위의 이유들도 일본이 유니콘 기업이 적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의 스타트업들은 유니콘 기업이 되기 전에 상장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논의를 하기 전에, 먼저 일본의 금융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시장은 프라임(舊 제1부 시장), 스탠다드(舊 제2부 시장), 그로스(舊 마더스, 자스닥)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라임과 스탠다드 시장이 우리나라의 유가증권시장(KOSPI), 그로스 시장이 우리나라의 코스닥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일본에 상장하기 위한 기업의 요건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완화되어있다.


[상장기준] 

1. 프라임 시장 

주주수 800명이상 

유통주식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회사 (1839개사, '22.4)  


2. 스탠다드 시장 

주주수 400명이상 

유통주식 시가총액 10억엔 이상 

일본 국내 사업 중심 (1466개사, '22.4) 


3. 그로스 시장 

주주수 150명이상 

유통주식 시가총액 5억엔 이상 

벤처기업 위주 (466개사, '22.4) 


<표 3> 일본의 금융시장 ('22.4 개편 당시)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코스닥 시장에서라도 상장하기 위해서는 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은 되어야 하는 등, 일본의 스탠다드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요건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함을 알 수 있다(나스닥은 훨씬 기준이 엄격하다).


<표 4> 코스닥 상장 기준


일본의 경제규모나 시장의 크기, 금융시장의 발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일본 신생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다. 즉, 일본의 스타트업은 한창 성장할 시기인 시리즈 B 레벨에서, 심지어 시리즈 A레벨에서도 VC의 투자를 받지 않고 곧바로 IPO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공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싯하는 비율은 80% 내외이며, 이는 미국의 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싯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하고 대부분 M&A를 통해 엑싯한다는 통계와 비교하면 일본의 특징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존에 상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6개이나, 최근 10년간 상장되어 기업가치를 1조엔 이상으로 평가받는 기업은 41개 기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최근 10년간 상장되어, 시가총액 1조 엔 이상인 일본 기업들



다만, 이런 빠른 기업공개 관행은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상장으로 기업을 경영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이득인 자유롭고 공격적인 경영 및 투자는 기업을 최대한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 목표인 스타트업에게 매우 효율적이다. 즉, 창업자의 지분이 충분한 경우, 인수 리스크나 상장공시의무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데, 상장기업은 다양한 공시의무, 주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대개 수익창출에 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일본은 VC 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래 스타트업의 잠재성을 충분히 발휘하기 힘든 환경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VC들은 이러한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비판적이며, 초기 기업들이 IPO를 하는 이유는 일본의 벤처캐피탈 시장 등이 성숙하지 못해 자금조달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VC인 소프트뱅크 역시 자국 내 스타트업들보다는 중국, 한국, 인도 등 아시아권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정도로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부실한 거 아니냐'(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19-07-04/softbank-vision-fund-s-absence-in-japan-shows-weak-startup-scene)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8년 6월, 일본 정부는 ‘미래 투자 전략 2018’이라는 벤처 정책을 내놓았는데, 아베 총리는 “2023년까지 20개의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https://www.ft.com/content/62b50080-b081-11e8-87e0-d84e0d934341). 또한 J-Startup Program(J-Startup Pavilion) 등을 통해 각종 지원을 하였지만 '23년을 2개월 앞둔 '22년 10월 현재 일본 정부의 유니콘 육성전략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7b8726353eb47ad12d3a8f134eae327e0c58342b).


또한, 일본의 신졸일괄채용(新卒一括採用) 개념 역시 스타트업에 젊은이들이 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졸일괄채용(新卒一括採用)이란 일본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은 대학 4학년생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여기에서 내정을 받은 4학년생들은 졸업 후 공백기 없이 바로 입사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내정받지 못하고 졸업한 사람들은 신졸실패자의 낙인이 찍혀버리는 것인데, 스타트업 등 새로운 도전 등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 그대로 백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가시밭길의 스타트업을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기시다 내각도 바보는 아니다. 현재 40퍼센트 대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위기라고 평가받는 일본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 진흥을 본인의 간판 정책인 '신자본주의(New Capitalism)' 정책의 주요한 핵심 의제로 선정하였다(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8-01/japan-s-startup-push-may-take-decades-to-work-entrepreneur-says). 또한 기시다 2기 내각에서 야마기와 다이시로 장관을  '스타트업 담당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https://news.yahoo.co.jp/articles/a745fc682ea03decdf8a6a8e7926a77f11cb08f5) 제3자가 보더라도 일본 스타트업 진흥정책에 '진심'인 상황으로 앞으로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 것인지 그 추이가 궁금한 상황이다.   


P.S. 다만, 필자의 생각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기업들이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능력(Entrepreneurs)- 금융자원(Resources) - 개별 산업/시장환경(Industries/Markets) - 기업전략(Strategies)’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러한 섬세한 작업을 기시다 내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참고문헌



https://mss.go.kr/site/smba/ex/bbs/View.do?cbIdx=86&bcIdx=1034979&parentSeq=1034979

https://biz.moneyforward.com/ipo/basic/1686/

https://business.nikkei.com/atcl/gen/19/00081/042700364/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8-01/japan-s-startup-push-may-take-decades-to-work-entrepreneur-says

https://www.japantimes.co.jp/opinion/2019/07/09/commentary/japan-commentary/masayoshi-son-wont-invest-japan/#.XUxuiugzbIV

https://www.washingtonpost.com/business/on-small-business/japans-latest-unicorn-is-a-thailand-mobile-payments-firm/2022/06/20/f6343ff4-f0ee-11ec-ac16-8fbf7194cd78_story.html

https://news.yahoo.co.jp/articles/7b8726353eb47ad12d3a8f134eae327e0c58342b


https://coralcap.co/2022/05/uncovering-japans-41-hidden-unicorns/?lang=en

https://solaster.co.jp/en/blog/japanese-unicorn-2022/

https://www.ft.com/content/62b50080-b081-11e8-87e0-d84e0d93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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