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합의를 진행한 후 가장 많이 하는 후회
모든 것은 성급하게 접근하면 항상 탈이 난다. 결혼도 그렇고, 이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고, 이혼을 고민할 때 어떻게 할지도 많이 어려워한다. 남자와 여자가 둘이 만나 헤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을, 헤어지는 과정이 이리 복잡할지 그 누구든 알았을까.
영화 속에 나오는 결혼생활이 아닌 단지 소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시작했던 생활.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생활비에 너무나도 힘이 겨워온다. 그러다 문득 인터넷에서 '이혼'을 검색하고, 이 힘든 생활을 어떻게 하면 도망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이혼하고 나면, 그동안의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해 오다가 '이혼'을 꿈꿔왔던 나 스스로 자책하며 다시 포기하기 시작한다.
이혼을 고민하며 나에게 내방하였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혼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다시 포기하고 그러기를 수년 반복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오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실제로 이혼 고민을 얼마 하신 지 안되었다면, 단순 상담으로 이혼 후의 삶에 대해서 자신이 있는지부터 질문을 하고 용기가 없는 분들은 다시금 생각하고 오시라고 돌려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혼 상담 중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내 남편 혹은 내 와이프가 얼마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고 결혼 생활 기간 동안 모아둔 돈이 얼마 있는지 모르는데 변호사 비용까지 지불하며 이혼하지 않고 가장 손쉽게 이혼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혼인 생활이 10년이 넘었다 하더라도 배우자의 소득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배우자가 주는 조금의 생활비..(몇십만 원에 그치는 경우도 봤다)만 받고, 그 이후에는 거의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며 생활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이러한 분들은 배우자가 바람을 펴도 그리고 이혼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모아놓은 수중의 생활비가 없거나 아니면 실제로 삶이 막막해 변호사는 엄두에도 못 내고 배우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이혼만을 생각하며 협의이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결혼 생활 내내 생활비도 부족하게 줘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주기 어려웠던 고단한 결혼생활이었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떳떳하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리고 바람 펴도 당당하다. 어쩜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지만, 남편이 이혼과 동시에 돈 얼마를 줄 테니 이것을 받고 나가라고 한다. 만약, 변호사 쓰고 협의이혼을 해주지 않으면 이마저도 못 받을 거라고 한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대출금까지 전부 가져가라고까지 협박한다.'
최근 가장 많이 들어온 상담의 경우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변호사 보수가 너무 부담되어 어차피 둘이 헤어지는 것인데 배우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협의이혼과 동시에 재산분할 약정을 했다. 그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우자의 재산이 더 많아서 너무 후회된다. 배우자가 나를 속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이다.
협의이혼의 경우 이혼 신청과 동시에 거의 대부분 재산분할약정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정확히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을 모른다면 상대방의 예상되는 재산에 대하여 어느 정도 비율로 합의를 보거나 서로 각자 재산을 보유하도록 하고 소정의 금액만 서로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의이혼 과정에서는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을 법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권원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민법 제839조의 2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보통 가정법원이 이혼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분할의 재판을 하는 것은 재산분할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 한하는 것이므로(민법 제839조 2 제2항), 당사자 사이에 이미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였다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재산분할의 청구가 있더라도 그 청구의 이익이 없다고 봄이 원칙(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므 409 판결 등 참조)이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협의이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재산분할약정을 한 경우 추가적으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하여 이를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섣불리 협의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약정을 한 경우 정말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상대방은 빨리 이혼을 통해 나와 달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더 큰 배신감에 괴로워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봤다.
그렇기에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이혼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혼, 단순히 둘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너무 힘든 과정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다른 경우이긴 한데, 협의이혼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그 조건으로 재산분할약정을 했는데 이후 재판상 이혼 청구 소송을 그 어느 누가 진행해서, 재판상 이혼이 된다면 그 약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뒤엎고 새로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상대방과 다시 새로이 재산분할 약정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방이 재산을 많이 가져가서 유리하게 합의를 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단순히 이론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재산분할재판이나 약정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되거나 판단된 바 없는 재산이 그 이후에 추가로 발견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민법상 2년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 다시금 재산분할을 청구해 볼 수 있다.
기타 다른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어쨌거나 협의이혼과 동시에 섣불리 재산분할 약정을 하게 된다면 그 손해는 정말 크다. 그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인 만큼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혼이라는 것이 쉽게 둘 사이의 이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결혼'이 준 그 무게가 정말 무겁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서로 간의 이별에 있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그 시행착오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의 힘듦을 나눠 싸워 이길 것을 추천한다.
만약 돈이 너무 없거나 결혼생활한 지 1-2년에 그치는 경우, 서로 나눌 재산이 전혀 없는 경우, 그냥 성격차이로 '네가 싫을 때'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조금 더 정확하게 접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