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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 fly Apr 23. 2023

팬덤 서비스의 유료 구독 전략

버블의 마이크로 기획 포인트


고물가 시대에 구독료를 줄이는 사람들 사이를 역행하는 저는 며칠 전에 구독 상품을 하나 추가하였는데요. 바로 '버블'이라는 소셜 서비스입니다. 버블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채팅을 할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입니다. 수많은 연예인을 거친 머글팬으로서 공식 팬 가입은 진입장벽이 꽤나 높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직접 응원하고 싶은 방구석 팬이기에 OTT 구독하듯 아티스트를 구독할 수 있는 버블은 꽤나 부담 없이 접근하기 좋은 서비스입니다.




GOOD 마이크로 포인트

사용자 인입과 락인의 전략


1. 간단한 초기 설정

프로필 설정 / 닉네임 중복 검사 / 좋아하는 아티스트 설정 / 앱 이용 방법 소개 / 유료 구독

진입장벽이 낮은 버블은 앱 설치 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필수로 넣을 만도 한데 이 과정을 과감히 제외했습니다. 이메일 인증하고 비밀번호와 닉네임만 입력하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초기 사용자 입장에서는 외딴섬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아직 앱 기능 자체가 많지도 않고 채팅 서비스와 유사한 부분이 꽤 있기에 탐색만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유료 구독을 하지 않아도 해당 소속사의 전체 아티스트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고, 그룹이 아닌 개별 아티스트 별로 구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이용하는 사용자로서는 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2. KPOP 문화의 트렌드

친구 목록과 친구 추가 화면. 버블 출처

고등학생 라떼 KPOP 문화와는 다르게 확실히 연예인과 팬의 사이가 더욱 친밀해진 것 같더라고요. 관계자를 거치지 않고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을 하거나 자체 콘텐츠로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버블도 마찬가지로 연예인과 팬의 벽을 허물기 위해 아티스트를 "친구"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더 친밀한 관계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구독을 할 때도 "bubble 친구 추가"라는 표현을 써서 자칫 느낄 수 있는 유료 서비스에 대한 반감을 줄여줍니다. 사실 리스트에 '추천 친구'라고 떠서 다른 팬분들인 줄 알았는데 아티스트 분들이더라고요.


3. 애정의 증표

아티스트 구독일. 버블 출처 / 멤버십 혜택. 에이블리 출처

사용자가 서비스에 칭칭 감기도록 '이 서비스와 얼마나 돈독한지를 보여주는 증표'는 타 산업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특히나 특정 분야에 부심이 있는 '덕후'가 많은 산업이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죠. 버블에서 그 부심을 잘 드러내주는 증표가 바로 '구독일 카운트'입니다. 버블에서는 구독을 종료하거나 아티스트 변경 시에 구독일이 초기화되는데요. 수치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특정 기념일마다 답장 가능한 글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구독일에 따른 혜택도 제공됩니다. 구독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최애가 생겨도 기존 구독권을 가지고 '아티스트 변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권의 인원을 추가해야 하는 것이죠. 출구는 없지만 입구는 있다고나 할까요.




PAIN 마이크로 포인트

서비스 특성에 맞춘 디테일의 부재


1. 누가 누구지

친구 리스트. 버블 출처 / 친구 프로필 화면 기획 (그룹명-활동명 표시)

버블이 채팅 서비스이긴 하지만 결코 일반적인 채팅 서비스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채팅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가 설정한 이름이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되는데요. 버블도 마찬가지로 아티스트가 설정한 이름이 리스트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구독한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직접적으로 해당 아티스트가 누군지 알기 어렵습니다. 친구 검색도 아티스트가 설정한 이름으로 검색해야만 하고요. 과연 검색의 의미가 있나 싶은 것이죠.

물론, 프로필 사진을 보면 누가 누군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그룹명과 활동명이 프로필에 같이 노출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면 다른 아티스트 프로필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니까 말이죠. 보다 보니 정들어서 어느 순간 구독할 수도 있고요. 기왕이면 생일 정보도 같이 떠서 다른 아티스트 생일 축하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앞서간 것 같으니 넘어겠습니다.


2.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버블에서는 구독한 아티스트에게 기간 별로 또 아티스트의 메시지 별로 답장을 보낼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요. 아티스트 메시지에 3회의 답장을, 또 아티스트의 마지막 메시지로부터 7일이 지난 경우 3회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한된 횟수로 메시지는 굉장히 귀할 수밖에 없는데요.

테스트를 위해 채팅을 회수했다는 슬픈 이야기. 버블 출처

귀하디 귀한 메시지를 잘못 보낸 경우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채팅을 회수해야 합니다. 버블에서는 채팅을 회수할 수 있는 기능은 있지만, 말 그대로 회수만 가능하고 재전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회수한 메시지도 횟수에 포함되어 카운트가 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거의 외부 메일 보낼 때 검수 10번은 하는 것처럼 말이죠.

아쉬웠던 점이 아티스트가 메시지를 보기 전에는 재전송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재전송 횟수를 최대 몇 회로 제한하면 될 텐데 그런 기능이 일체 제공되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사료되는데 아마 서비스 정책을 그렇게 잡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회수 버튼을 클릭하면 "회수하시겠습니까?"와 같은 alert를 제공하지 않고 바로 회수 처리가 됩니다. 실수로 회수하더라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죠. 왜 이런 프로세스가 나온 건지는 기획자로서도 사용자로서도 굉장히 의문이지만, 뭐 내부 정책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버블의 미래 or 버블이 미래

채팅 서비스의 미래


버블을 짧게 이용해 보면서 앱 내 체류할 만한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재는 아티스트와 채팅할 수 있는 구독권이 유일한 구독 모델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티스트의 비정기적인 콘텐츠에 앱 활동량이 의존되기 때문에 그 외의 콘텐츠나 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같이 미니게임을 한다거나 아티스트와 관련된 뉴스를 제공해 주는 것처럼 말이죠. 채팅 기능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채팅 외 부수적인 기능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료 채팅 서비스는 처음 구독 해보는데 나중에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채팅 서비스가 유료 모델이 된다면 이런 식으로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 등록은 무료로 제공하되, 채팅을 하려면 돈을 내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저는 많이 낼 일이 없겠네요!


/ 23.11.06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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