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디자인 경험을 살려보자
나는 2019년에 삼성디자인멤버십 UX 분야에 합격했다.
물론 삼성디자인멤버십(이하 삼멤) 을 진행하진 않았다.
당시에 LG 입사와 겹쳐 나는 LG 입사를 선택했다.
얼마 전, 삼멤 32기를 지원받는 글을 보고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나는 28기였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지?
회사를 선택하고 삼멤에 몰두한 친구들을 보며 자신만의 디자인 브랜딩을 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와 갈망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보니 모든 선택에는 득과 실이 있는 법.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점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당시 삼멤 UX분야 지원 과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내부 자료를 공유하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 일부만 적어보려고 한다.
자격 요건
당시 지원 분야는 ID / VD / UX 였고
UX만 예외로 석사 재학자를 모집받았었다.
자격 요건은 학사 재학자 중 삼멤 2년 활동이 가능한 자!
*지금은 UX와 VD가 합쳐졌다. ID와 UX만 남음
선발과정
1차: 사전 과제 제출
2차: 팀별 /개인별 워크숍 개념의 과제 수행 +2차 개인 과제 PPT (3일에 걸쳐 진행= 죽음)
3차: 면접
내 기억 속으론 지원자가 1000명이 넘었던 것 같고... 최종까지 대략 30-40명이 붙었다.
저 과정 중에 뭐가 제일 힘들었어? 하면
모든 지원자가 공통되게 꼽을 것 같다.. 2차.. 진짜 죽음. 진짜 헬이였음..
나는 2019년도에 대학교 4학년이여서 이걸 하는게 맞는지 무척 고민됐다.
삼멤을 붙으면 졸업 유예 혹은 대학원을 가야하는데... 2년동안 투자하는 게 맞는지..
LG 공모전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음)
고민하다가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정말 몸을 갈아넣어서 삼멤에 지원해보았다.
(아주 잘한 선택이다!)
2019년도 주제는 아래와 같다.
삼멤의 주제는 현시대를 반영하는 주제다.
작년 주제는 '공생'이였는데 어쩜 이리 신박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쏙쏙 가져오는지 신기하다.
2019년도 주제를 봤을 때도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다.
두루뭉실하지만 원하는 방향이 확고한 이 주제!
그리고 합격한 / 삼멤 활동가들의 사전 과제를 보았었는데
내가 봤을 때는 합격하는 기준 / 가이드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었다.
나도 어느 정도 그 방향성에 맞춰서 1차 사전 과제를 만들었고
그 가이드라인이 무엇인지 공유하고자 한다!
1. 정의
이게 가장 중요하다.
내 가치관이 들어간 주제의 재정의!
주제만 봤을 때 대략 이런 거겠네? 라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생각하는 다양한 경험은 무엇인지, 재활용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2. 나의 정의를 뒷받침해줄 소스 첨가
내가 만든 정의를 내 생각대로만 말하면 단순한 '주장'이 되어버린다.
나는 철학가의 사상을 가져와서 내 정의를 뒷받침하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RE-Experiencing을 경험의 반사를 통한 재경험 으로 정의했고,
이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다른 행동을 하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지를 응용해서 위에 말한 내 정의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의 주장인 '행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을 같은 선상에 놓고 설명했다.
*실천지: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순히 알고 있는 것에 의해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실천함에 의해 지혜를 얻는 과정이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면접볼 때에도 철학/인문학/심리학을 접목하여 UX를 공부한다고 하는 것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학문이기도 하다.
3. 자료조사&인터뷰
UX라면 기본 중의 기본 덕목
4. 재점검
정말 중요했다.
담당자가 내 포트폴리오를 볼 때 분명 의구심을 품는 포인트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조사한 것이 정말 맞는지, 문맥의 흐름이 이상하다든지.
그걸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난 사전과제에 녹여서 대놓고 보여줬다.
이런 의문점이 있고 이런 것들은 이렇게 해결할 것이다- 라고.
이것도 근거없는 내 뇌 속에 있는 것이 아닌 실제 논문을 찾아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설득했다.
5. 앞서 말한 소스를 내 서비스에 녹이기
소스를 단순히 냅두면 안된다!
이게 가장 큰 스토리 라인이 되어야 한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지'를 대입시켜본다면 내 서비스 사용자는 어떻게, 어떤 과정을 겪게 될지
설명했다.
앞서 내 정의를 '실천지'로 뒷받침하였으니 이 근거를 가지고 서비스 사용 흐름을 알려줬다.
서비스 이용 방법과 실천지가 대입됨으로서 더 탄탄한 스토리를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진행 과정
1일차: 팀 워크샵
2일차: 개인 과제
3일차: PPT 발표
2차 과제는 삼멤 운영 본사에 가서 진행한다.
첫날에는 팀을 꾸려 삼멤에서 제시한 주제를 재해석하라고 한다 (1차 과제와 유사함)
나는 팀 과제 끝나고 집 가는 시간도 너무 아까워서 근처 모텔 잡았었다.
하지만 잠들까봐 24시 카페에서 내내 서비스 기획만 했다.
당시 전 기수에 합격한 선배가 있어 새벽에 30분동안 내가 기획한 거 줄줄이 읊고 이상한 점 말해달라고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감사합니다 선배릠.
팀에서 정의한 주제를 가져와서 개인 과제에 녹여야한다!
나는 이번에도 철학 소스를 듬뿍 가져왔다.
모든 달리기가 끝나면 이제 멘탈을 잡아야하는 시기가 온다.
바로 실무자 면접!
이때도 무난하게 잘 넘어갔었다. 면접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어서 붙을 거라고 확신했다.
가장 기억에 나는 질문은 '호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였다.
나는 호의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며 호의를 베풀지 않는 것은 자신의 상황과 저울질하며 이득이 되는 것을 따지고 난 후의 판단이라고 했다.
압박도 아니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재밌게 면접봤었다.
물론 떨려서 청심환은 먹었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나온 것은 정말 아쉽다. 아직도 아쉽다.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달린 추억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삼멤에서 친해진 소중한 인연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대학생때로 돌아갈래? 하면 나는 바로 '응!' 이라고 외칠 수 있다.
힘들었던 만큼 추억이 정말 많다.
살면서 이만큼 치열하고 디자인에 푹 빠져서 산 적도 없었던 것 같고
'합격' 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앞만 보고 달렸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나란 사람이 있는거지.
12월 중순에 삼멤 32기를 모집하는데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자료는 댓글 달아주시면 전부 공유해드릴 수 있습니다!
도움은 언제든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