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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Sep 20. 2023

몰락

시는 잊혔고
시인의 꿈 또한 잊혀간다


가난과 추위에 떠는 새벽이 온다 해도

한 줄 시가 주목받지 못하는 역경의 마당에 

시인의 꿈이 잊혀 가는 건 당연하다

  

누가 용기 내어 안개 덮인 아침을 두드린다 해도

 시가 깨어나지 못하고 마는 격랑세월에 

시인의 꿈이 잊히고 마는 건 당연하다


시인을 꿈꾸며 하루에도 몇 번씩

연필을 깎아대는 사람아

비바람에 흔적 없이 휩쓸려간 별을

꺾여버린 꽃대궁에서 발견한다고 해도

시라든지 시인의 꿈 따위로

위로받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취기에 젖은 목소리로

슬픈 유행가 가사를 읇조리며

내일이면 부끄러울 눈물을 흘리자

우연인양 비틀거리는 골목에 이르면

을 시라 우기고

구토를 시인의 꿈이라 고집하


아둔함을 순수함으로 믿어온 나의 사람아

이 새벽 목줄에 묶인 어느 집 개가 사납게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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