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잊혔고
시인의 꿈 또한 잊혀간다
가난과 추위에 떠는 새벽이 온다 해도
한 줄 시가 주목받지 못하는 역경의 마당에
시인의 꿈이 잊혀 가는 건 당연하다
누가 용기 내어 안개 덮인 아침을 두드린다 해도
한 줄 시가 깨어나지 못하고 마는 격랑의 세월에
시인의 꿈이 잊히고 마는 건 당연하다
시인을 꿈꾸며 하루에도 몇 번씩
연필을 깎아대는 사람아
비바람에 흔적 없이 휩쓸려간 별을
꺾여버린 꽃대궁에서 발견한다고 해도
시라든지 시인의 꿈 따위로
위로받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취기에 젖은 목소리로
슬픈 유행가 가사를 읇조리며
내일이면 부끄러울 눈물을 흘리자
우연인양 비틀거리는 골목에 이르면
고난을 시라 우기고
구토를 시인의 꿈이라 고집하자
아둔함을 순수함으로 믿어온 나의 사람아
이 새벽 목줄에 묶인 어느 집 개가 사납게 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