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어렸을 적부터 저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식당이 나 카페에 들어가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테이블 개수를 세고, 종업원 수를 살펴보며 메뉴의 평균 가격을 계산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가게들의 수익을 대략적으로 추정하기 위해서였죠. 아버지와 차를 타며 돌아다니는 도중에 마주치는 공장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 제 머릿속에서는 작은 공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 큰 공장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할지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비즈니스 모델(BM)’ 이나 ‘손익분기점(BEP)’과 같은 용어를 알지 못했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2014년, 술자리 후에 막차를 놓치게 되어 찜질방을 찾으려 했던 때, 친구가 “야놀자” 앱을 통해 모텔을 예약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모텔을 동네에서 소위까진 형 누나들이 비밀스러운 만남을 위해 가는 장소로만 인식했었습니다. 사실, 저만 잘 몰랐다 뿐이지 야놀자 덕분에 이미 모텔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지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야놀자가 모텔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20대와 30대 사이의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로 제시함으로써 모텔이 이들의 새로운 데이트 문화를 만들어갔습니다.
야놀자 앱이 제게 미친 충격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어떻게 하나의 간단한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어 감탄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야놀자를 통해 기존 기술을 재밌고 혁신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저는 스타트업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스타트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자 등록부터 시작하여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외주 개발사와의 미팅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서비스 기획, UI/UX 디자인, 프로토타입, 비즈니스 모델, MVP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지만, 빠르게 배워나가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흡한 준비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제 아이디어를 정립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멘토를 찾기 위해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이론적인 내용에만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스타트업 관련 서적들은 주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다루어 저와 같이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여러 차례의 실패와 상당한 손실을 겪었지만, 이 모든 경험은 저에게 소중한 교훈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용기를 얻게 되었고, 앞으로 제 글은 '예비 창업가'나 '극초기 단계의 창업가'를 위한 가이드북으로 기여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실제 제 경험과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소통을 통해 배운 것, 체험한 것 등 실제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경험 중심으로 써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은 스타트업 운영 중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글들과는 달리, 이 책은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이미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은 여러분이 스타트업 창업의 장애물과 도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