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럽지 않을 만큼만 드릴게요
시어머님이 시골에서 직접 만든 된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께 나눠주라며 푸짐하게 꾹꾹 한 가득 담아 주셨다 보니, 1년 간은 충분히 먹고도 남을 것 같았습니다. 이 무거운 걸 챙겨오느라 고생했을 남편에게도, 저희 부모님까지 챙겨주신 시어머님께도 모두 고마웠습니다.
다음 날, 남편이 저에게 얘기합니다. 혹시 우리 부모님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요. 고마움의 표시로 주고받지만, 그것이 혹시나 부담으로 느껴지면 안 되니 고민이 됐다고 하더군요.
그 깊은 심성에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한 번. 그리고 하루 종일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더니, 후보자에게 처우 제안을 할 때도 이 기준이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닿았어요. 심지어 회사에서 주는 처우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다 보니, 그 부담감의 정도는 시어머님이 정(情)을 듬뿍 담아서 주신 된장보다도 훨씬 크지 않을까요?
후보자 락인(lock-in), 돈이 꼭 만능 키(key)는 아닐지도요
채용담당자가 최종 합격자를 락인(lock-in)하기 위해서도,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를 선택할 때도 연봉, 단순히 말해서 “돈”은 중요한 기준이자 유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연봉 책정은 회사 차원에서 출혈일 수도 있고 역으로 후보자에게도 부담으로 적용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돈을 많이 주면 오겠지, 라는 생각은 어찌 보면 단순한 접근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처우가 부족하다며 더 짱짱한 처우를 제안한 회사를 선택하거나, 혹은 현 재직사에 잔류하는 케이스가 더 많긴 하지만요…
드문 케이스이긴 해도, 처우 수준이 본인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그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자신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건넨 후보자도 있었어요. 혹은 위대한 처우를 받고 입사하였으나 그 이상의 역량이나 역할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빠르게 퇴사한 케이스도 있었고요. (그때는 좀 마음이 아프긴 하더라고요.)
이들은 그저 베짱 없는 후보자일까요? 자신감 없고 도전의식 부족한 후보자라 생각하고, “그래, 우리도 너처럼 용기 부족한 사람은 필요 없어.” 하고 손사레 치면 끝일까요?
연봉 이~만큼 줄게, 너도 이~~만큼 해줘.
거꾸로 생각해봤습니다. 나라면, 어떨까? 엄청난 연봉을 주고 날 채용하겠다고 하면 두 손 두 발 다 벌리고 신나서 달려가기만 했을까? 저의 답은 NO입니다. 저는 인상률이 적당하다면 모를까, 제 예상 범위 이상으로 많은 처우를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오면 의심부터 하기 시작할 듯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사유로 거절했던 경험이 있기도 하고요.
백지 수표이진 않을까, 라는 의문부터 품을 것이고 그 다음은 그 돈 받는 만큼 성과를 못 내면 어쩌지? 하며 부담감에 숨이 턱 막힐 것 같아요.
돈 많이 주면 무조건 땡큐지, 라고 생각하는 걸 비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돈 진짜 좋아합니다. 다만, 적어도 상호 간에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느껴지는 수준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 지점이 서로 맞닿았을 때,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것입니다. (여러분도 알다 싶이, 연봉만이 장기근속의 결정 요소가 아니긴 합니다.) 결국 다시 어려운 질문으로 회귀합니다. 후보자가 느끼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이고, 회사 차원에서도 적합한 처우 수준은 무엇일까요?
아, 다시 질문 해야겠네요. 그런 게 “있긴 있는지요?”
회사 내 연봉 Band를 각 잡고 지키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후보자의 직전 연봉 수준에 기인하여 잡아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개개인의 역량과 면접 결과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해야 할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저만의 기준과 답을 정립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더 많은 채용을 진행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후보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지만, 최대한 합리적인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인사이트는 직접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가다 보면 생겨나리라 시간에 맡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