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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Recruiter Sep 29. 2022

쓸모없는 것들

그로 인해 지워지는 것들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한다. 흔히들 말하는 무용(無用) 한 것들에 시선을 자주 뺏긴다. 어스름 저녁에 걸쳐있는 분홍과 붉은색 사이의 노을 구름을 좋아하고, 비가 내린  올라오는 흙내음을 좋아하며,  뜨고 일어나서  시계가 주말을 가리키는  순간을 아름답다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전생에 한량 선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어디에 쓸 수 없는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아낀다. 이는 곧 내가 산책을 수시로 하는 이유로도 이어진다.


한 번 길을 나서면 기본 1시간, 조금 더 무용한 것들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싶으면 2-3시간 걷는 건 가뿐하다. 그 시간 동안 특별하게 하는 건 없다. 주변을 둘러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길을 거니는 사람들과 애완동물들을 보며 미소 짓기. … 그 정도?


이 단순하고 순간적인 경험들이 쌓이면, 긴 시간 걷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마음은 상쾌하고, 머릿속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무용한 아름다움 덕분에 어지럽게 나열된 유용한(척하는) 걱정들이 싹 비워지는 것이다.



적정 속도는 30km/h 지켜주세요,
어린 당신이 다치지 않게


일할  빠르고 바쁘고 조급해한다. 그게 나다운 성격인 줄로만 알았다. 지금도 그것을  성격이라 공표하고 다니곤 한다.  번쯤은 그것이 내가 만들어낸 페르소나가 아닌지 되짚어볼 만도 했을 텐데.


이토록 무용하고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보면, 사실  느긋하고 게으르며 관망하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사회에서 바라는 대로, 혹은 지정하는 대로  틀에  끼워 넣다 보니 그것이 나다운 것이라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  아닐까.


안타깝게도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도 모른다.

굳이 정답을 낼 욕심이 없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다운 것들을 채워나가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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