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 파악부터 다양한 인사이트 재료를 얻을 기회
채용담당자로 근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네트워킹, 그리고 그를 통한 업계 동향 파악하기라고 생각합니다. 업계 동향 파악은 관련 서적, 뉴스, SNS, 동료들의 소식 공유 등으로 따라갈 수 있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생생한 이야기를 접하기 위해선 그 회사에 다니는(혹은 다녔던) 사람의 입으로 듣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내향적인 성향이 강한 저로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고, 그만큼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력 있는 리크루터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니 어렵다는 핑계로 미뤄둘 수는 없겠죠. 거북이 걸음일지라도, 제가 채용한 분들 위주로 한 명 두 명씩 점심 식사나 티타임을 가지면서 이야기 나눠보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합니다.)
이야기 주제는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주제의 범주가 넓을수록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소재도 많아집니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구조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대화하기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핑퐁 해나가면서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편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요즘 팀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일을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계신지, 어떤 게 가장 어렵고 개선되었으면 좋겠는지, 혹은 이전 회사와 우리 회사 간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등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나누고요. 오히려 업무 이야기를 하면 채용 면담처럼 느끼는 분들도 계셔서, 조금 더 캐주얼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분위기를 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대화의 흐름이 끊길까 봐, 최대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갔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라 캐주얼한 네트워킹입니다. 준비한 질문을 다 하지 못할 경우도 있고, 그 질문이 오히려 만나는 대상으로 하여금 일종의 면담처럼 느껴지게 해서 부담감이나 어색함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습니다. 대화 흐름상 준비해 간 질문을 하면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법한 상황이 될 수도 있고요.
그 이후에는 정말로 그 사람에게 묻고 싶은 질문 한두 가지만 준비하고, 내가 채용한 사람과 밥 먹으러 혹은 차 마시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임하려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어색한 순간들이 있고, 이야기 잘 나누다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고요함에 안절부절 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질문 목록을 만들었을 때보다는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는 점입니다.
질문 목록을 만들어서 대화하는 것보다 오히려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소재나 주제가 다양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가 아닌, 캐주얼한 만남의 성격을 유지해야 상대방도 이야기를 쉽게 꺼내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대중적으로 유명한 IT 회사들의 속 사정(?)도 조금 들어볼 수 있었고 각 구성원이 생각하는 주관적인 의견들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A 회사가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출근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소식
우리 회사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B 회사의 사내 추천 제도 방식과 성공 비결
C 회사의 개발자 유입 과정에서 생겨난 일종의 파벌(?)
등등.
PR 뉴스나 책에서는 듣기 어려울 법한 세세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식 하나하나는 사소하고, 작은 이야기일지 몰라도 그것들이 모이니 느리게나마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눈이 떠지고 있단 걸 느낍니다.
여기에 덧붙여, 직접 채용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지닌 이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채용 더 나아가서는 조직에 대한 가치관 혹은 인사이트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속해있는 조직을 통해 배우는 점도 있지만, 타 기업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외부 구성원에서 내부 구성원이 된지 얼마 안 된 분들과 만나는 일은 자칫 고립될 수 있는 우리의 생각과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재료를 얻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색합니다. 아직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고 만나러 나섭니다. 아직 대화 리딩(leading)에 어려울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더 잘하는데, 상대방이 말수가 적을 때에는 여전히 난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네트워킹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입사한 분들도 채용 담당자가 '채용했으니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당신들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아, 내가 채용담당자구나.'라고 스스로 다시 한번 이 일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므로.
다음에는 좀 더 자세한 인사이트에 대해 기록하는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팀 단위 채용'이 가져오는 장점과 단점을 주제로 적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