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고모부를 만나 결혼하고이민을 갔다. 그동안 한국에 자주 오진 않았는데 최근에는 세 아이를 다 키우고 여유가 생겼는지 가족과 함께 종종 들어오곤 하신다.
고모는 한번 한국에 오면 서울 관광도 하고 여러 용무를 보다가 꼭 마지막에는 고향 시골 집에 와서 머무르는데, 얼마 전에는 마침 우리 가족도시골에 놀러가서 고모내외분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뵌 숙이 고모는 한층더 편안하고 멋스러운 중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시고 기분 좋게 말씀도 잘하셨다.
덕분에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그날 저녁에는 바베큐 파티도 했다.외향적이고 잘 웃는남편은 고모 내외에게싹싹하게 잘했는데, 고모 역시매운 연기를 참아가며 고기를 열심히 굽는 조카 사위가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내가 남편은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고 하니 고모는 한층 더 호의적인 태도가 되어 그윽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모는 그에게 직장 후배들 중괜찮은 미혼남자가있는지 물었다.막내딸 유아가 한국남자를 좋아한단다. (유아는 눈이 크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여자앤데 현재는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처음엔 그냥 해보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표정이나 말투가 제법 진지한 것이 가벼운 소리만은 아닌 듯했다. 고모는 딸이다른 건안보는데 딱 키 하나만 본다고, 그러니 최소한 175는 넘어야 하지 않겠냐며 조곤조곤 그에게 일러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남편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편)유아씨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가요?
(고모)아니, 미국에 쭉 살지.
(남편) 그럼 유아씨가 한국말은 좀 하나요?
(고모) 아니. 일본어랑 영어는 잘하는데한국말은 잘 못해.
아, 그러니까 고모는미국에 이민 갈 각오가 된,키 크고, 영어 잘하는, 성실한 한국 남자를찾는 것이다. 그것도 하필, 평생 한국을 벗어나본 적 없는,순수국내파 전라도출신의, 직장에서 외국인 직원들과 주로 번역 어플로 소통하는, 남편에게.
그는 그만 당황하며 웃어버렸는데...아무리 생각해도 소개시켜 줄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아는 한국 남자를 좋아해."
그후 내가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남편은 직장 내에서 키 큰 청년들만보면 자꾸만 고모의말이 생각나 어쩐지 마음이 조급해진단다. 그래서그들에게영어좀하냐고, 혹시 미국서 살 생각은없냐고묻곤 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