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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이 Feb 17. 2024

키 큰 한국 남자를 찾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숙이 고모는 미국에 산다.


일본인 고모부를 만나 결혼하고 이민을 다. 그동안 한국에 자주 오않았는데 최근에는 세 아이를 다 키우고 여유가 생겼지 가족과 함께 종종 들어오곤 하신다.


고모한번 한국에 오서울 관광도 하고 여러 용무를 보다가 꼭 마지막에는 고향 시골 집에  머무르는데, 얼전에는 마침 우리 가족 시골에 놀러가서 고모 내외분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뵌 숙이 고모한층 더 편안하고 멋스러운 중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시고 기분 좋게 말씀도 잘하셨다.


덕분에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그날 저녁에는 바베큐 파티도 했다. 외향적이고 잘 웃는 남편은 고모 내외에게 싹싹하게 잘했는데, 고모 역시 매운 연기를 참아가며 고기를 열심히 굽는 조카 사위가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내가 남편은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고 하니 고모는 한층 더 호의적인 태도가 되어 그윽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고모는 그에게 직장 후배들 중 괜찮은 미혼 남자가 있는 물었다. 막내딸 유아가 한국 남자를 좋아한단다. (유아는 눈이 크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여자앤데 현재는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처음엔 그냥 해보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표정이나 말투가 제법 진지한 것이 가벼운 소리만은 아닌 듯했다. 고모는 딸이 다른 건 안보는데 하나만 본다고, 그러니 최소한 175는 넘어야 하지 않겠냐며 조곤조곤 그에게 일러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편) 유아씨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가요?

(고모) 아니, 미국에 쭉 살지.

(남편) 그럼 유아씨가 한국말은 좀 하나요?

(고모) 아니. 일본어랑 영어는 잘하는데 한국말은 잘 못해. 


아, 그러니까 고모 미국 이민 갈 각오가 된, 키 크고, 영어 잘하는, 성실한 한국 남자를 것이. 그것도 하필, 평생 한국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순수 국내파 전라도 출신의, 직장에서 외국인 직원들과 주로 번역 어플로 소통하는, 남편에게.


그는 그만 당황하며 웃어버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개시켜 줄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 때문이다.






"유아는 한국 남자를 좋아해."


  내가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남편은 직장 내에서 키 큰 청년들만 보면 자꾸만 고모 말이 생각나 어쩐지 마음이 조급해진단. 그래서 그들에게 영어  하냐고, 혹시 미국서 살 생각은 없냐 묻곤 한다며.


과연 그는 처가댁 고모님의 마음에 드는 사윗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모른다, 그러다 어느 날 거짓말처럼 딱 맞는 사람이 그의 앞에 나타날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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