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사라져 가는 이유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푸는 일이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생각이 따라온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진 않을지, 오해하진 않을지, 혹은 나 자신이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지를 두고 자연스레 고민하게 된다. 사회적 이슈와 관계의 균형, 선의와 결과 사이에서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신중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호의를 베푸는 이유는 인간관계의 거리를 좁히고 스스로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 때문일 것.
우리 매장은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상가 전체가 쉬는 날이라서 지난 월요일은 상가 사장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옆 동네만큼 가까운 곳으로 시장 조사를 다녀왔다. 그러기에 앞서 아침 일찍 203호 사장과 먼저 만나 카페에 들렀다. 원래는 내가 살 계획이었는데 203호 사장이 1+1 기한 임박 쿠폰이 있다며 그걸로 마시자고 해서 덕분에 의도치 않게 얻어 마셨다. 203호 사장과는 작년 플리마켓 행사때 10여 일의 스벅 모닝을 함께하며 가까워졌다.
"아잇, 내가 사려고 했는데. 괜히 왔어.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아유. 공짠데요. 사장님이 맨날 사잖아요. 맨날 나만 다 주고."
맨날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공짜 커피도 아니다. 203호 사장의 1+1 쿠폰이 아니었다면 내가 마신 커피는 내 돈 내고 사 먹어야 했던 거니까. 그런데 요즘 이게 핫한 이슈 중 하나라고 한다. 1+1 쿠폰의 한 잔은 무료 음료이기에, 고마움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 그런 셈식이라면 아주 틀린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못 먹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 음료로 두 잔 받겠다."
"버리는 게 아깝지 않나."
"그런 인간에게 내어주는 내 마음이 더 아까운 거다."
이토록, 우리 인간은 감정이 있는 영장류다.
단순히 계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동물이다. '호의'라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내어주는 거래가 아니다. 인간이 호의를 베풀 때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그로부터 돌아오는 감사의 마음과 인정 등을 기대하는 감정이 자연스레 섞여 있다. '기대한다.'라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감정이라는 기저에 기대와 같은 ‘보상 심리’가 알게 모르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베푼 호의가 그저 당연시되고 고마운 마음 하나 없이 날름날름 받아 먹여지기만 한다면 베푸는 마음은 서서히 식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태도들이 반복되면, '굳이? 내가? 왜?'라는 자문과 함께 셈부터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보상 없이는 베풀지 않을 것이고. 더욱 심해지면 보상 심리마저 사라진 채 결국 아무것도 행하지 않게 되겠지.
인간의 호의는 상호 간의 신뢰나 따뜻한 감정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선한 마음’의 일종이다. 이 온전한 선의에 아무런 교류가 없다면 그 관계는 결국 피상적으로 변하고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호의의 핵심은 단지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