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을 통한 디자인에 대한 고찰
나의 브랜드를 기획하고자 결심하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브랜드라는 것을 기획하는데 필요한 엣지(Edge)를 읽는 능력, 브랜드를 빠르게 실행하는데 필요한 실행력, 사업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데에 필요한 사업적 센스 등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 다음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디자인적 센스이다. 내가 나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있어야, 팀원들과의 소통에서도 조금더 원활하게 소통을 진행할 수 있고, 만약 디자이너가 부재할 경우 그 부분을 어느정도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나의 심미적 감각을 기르기 위해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디자인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목적성에 부합한 무언가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다. 심미성보다 기능적인 측면에 더욱 집중해야한다. 전달하고자 가치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구성하는 것이다. 제품 분야에 따라 심미성과 기능성의 균형은 다르다. 그리고 브랜드의 정체서에 따라서도 디자인에 심미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이 차이가 난다. 이런 미세한 차이에 맞춰 일관되게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에 관해서 깊게 고찰한 디자이너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디자인의 디자인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하라켄야 라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쓴 책이며,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해서 여러 경험을 통해서 제시하고, 그 시대의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풀어놓았다.
모더니즘의 디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알려주는 이야기는 다양했으나 나에게 디자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만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디자인 자체에 대해서 하라켄야의 정의가 궁금했다.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디자인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제공해야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 대해서 하라켄야의 답은 간결했다. 모더니즘에 근거한 저자의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 생활하는 것의 의미를 물건 만들기의 과정을 통해 해석하고자 하는 의욕” 이라 정의했다. 인간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물건에 담을지에 따라서 제품의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이며, 이런 부분에서 디자인이란 굉장히 진보적인 활동일 수 있다. 지금은 디자인이 기능만큼의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하라켄야의 디자인에 대한 주장은 지금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예시로 그가 제시한 2000년 리디자인 전시회는 그의 주장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한다. 반 시게루의 휴지, 사토 마사히코의 스탬프, 후카사와 나오토의 티백은 디자인에 인간의 생활을 개선하는 점에서 저자의 디자인의 정의를 더욱 이해하기 쉽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건축
인간은 매순간 복합적인 감각체계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억을 저장하고,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작업에 복합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효과적으로 사람의 인상에 남길 수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것이 2003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각은 인간이 태초부터 지녀온 능력이며, 복합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인간이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경우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섬세한 디자이닝을 통해서 제시하고자 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한 저자의 경험은 사물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에서 시작하여 디자인을 진행하는 것을 참고할 수 있다.
MUJI
하라켄야와 무인양품(이하 '무지')의 관계는 상당히 유명하다. “이유있는 가격”의 제품을 만드는 무지는 간결한 디자인에 불필요한 컬러를 전부 제외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무지의 더 깊은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있다”는 EMPTINESS를 이해함으로써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세운 이 컨셉은 선택지와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으로 충분하다”는 결과에서 나온 커뮤케이션 컨셉이다. 비어있음으로써 사람들이 나름의 의미를 채울 여백을 둔다는 EMPTINESS는 사람들이 무지에 다가갈 때 조금 더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치와 맞닿아있는 해석과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무지의 제품에 자신의 생각을 담게되는 것이다. 이런 여백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만든다.
욕망 커뮤니케이션
제품은 그 모태가 되는 시장에 근거한다. 시장의 소비자들이 원하고,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의 한계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모태가 되는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 시장이 속한 국가는 어디이며, 국가의 문화와 욕망하는 수준은 어느정도 인지에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를 바라보기 보다는 위를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알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본의 매력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민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랑하는 국가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어떤 형태로 현대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자신만의 고민을 소신있게 풀어냈다. 나는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 한국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였을까.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의 디자인 저자가 2003년에 주장한 디자인은 정보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누구라도 납득할 수 밖에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고 찾아내는 감성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디자인은 정보의 ‘질’과 연결되며, 저자가 주장하는 ‘정보의 미’에 도달하기 세가지 길을 제시했다. ‘쉬운 이해’ , ‘독창성’ , ‘해학’ 이다. 이 측면에서 현대의 다양한 브랜드들의 디자인을 관찰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세가지 뿐만 아니라 “진정성” 과 같은 다른 길도 있을 것이다. 내가 제시하는 말은 디자인을 정보의 ‘질’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의 정보를 잘 담고 있는지 없는지와 브랜드의 명성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이 책은 나름의 답을 제시했다. 나의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지금바로 정해야하는 급한 일이 아니기에 꾸준히 고민하는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통찰력과 감성을 기르는 훈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없는 디자인은 얕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디자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보길 권한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감이 오질 않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생각할 거리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나만의 디자인을 만들지는 앞으로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거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