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냄새를 아는 사람

by 래온

어린 시절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가난했던 시절, 산동네 집에서 살던 풍경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한번도 풍족한 적 없었지만, 부모님은 몇 번의 사기를 당했고, 가난은 더욱 심해졌다.

가난은 많은 것을 빼앗아갔지만 동시에 나를 더 빨리

성장하게 했다.

나는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 애썼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을 때도 마음은 무너질 것 같았지만

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친구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으려 숱한 거짓말을 했고,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것이 두려웠다.

다른 집을 우리 집이라고 속이던 기억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어린 나에게 힘든 기억 중 하나는 엄마에게조차 아픔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사실이다.

엄마에게 처음으로 힘들다는 말을 했을때

엄마는 "나도 힘들어."라고 했고,

그 이후로 내 감정은 꾹꾹 눌러 담겨졌다.

그 상처는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가끔씩 그리고 종종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이유 없는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 엄마의 힘들다는 말을 이해하게도 되었다.

과거의 상처와 가난도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기억임을 이제는 인정한다.

내가 나를 아껴주고, 불쌍히 여기고, 어린아이 같은 내 안을 보듬어주려 한다.

나는 이제 내 아이에게 따뜻하게 말해줄 수 있다.

괜찮다고, 다 지나간다고. 그 말 속에 담긴 단단한 힘이 오늘의 나를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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