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DOG BRANDING 04
2023년 계묘년 (癸卯年), 검은 토끼 해의 첫째 날이다. 오늘은 십이지의 철학적 해석이 아닌, 토끼란 동물의 이미지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예술, 브랜드에 스며든, 관념에 대해 애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토끼와 연관된 이미지들을 떠올려보면, 루니 튠스의 익살맞은 캐릭터 벅스 버니,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의 로져 래빗, 워터쉽 다운의 11마리 토끼들, 피터 래빗, 듀라셀 알카라인 배터리의 오래가는 래빗, 그리고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플레이보이의 래빗이 있고, 한국에선 별주부전의 재치 빼면 시체인 토끼 주인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언급한 영화나 고전, 광고, 브랜드의 토끼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재치”란 굿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토끼의 재치가 약간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가 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생각하듯, 토끼는 사실 동물의 세계에서 언더독 중에서도 비교적 아래쪽에 위치한 “최약자”의 이미지로서 서바이벌을 위해 절박하게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짠한 마음이 투영되어있다. 그리고 그러한 생태계에서의 위치가 마치 일반인인 우리는 99%다(We are the 99%)"라고 스스로를 투영하는 “미생”과 같은 지점에 토끼란 캐릭터가 있으며, 그 약해빠진 토끼가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위한 단 하나의 강력한 카드가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에서 “재치”로 반영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99%가 아닌 100% 사람들이 꿈꾸는 건 토끼가 아니라 늑대나, 사자의 자리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은 토끼의 위치에서 가지고 있는 재치에 노력과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운을 더해,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에 필자는 리처도 애덤스의 고전 소설을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넷플릭스의 “워티십 다운의 11마리 토끼들”을 완주했는데, 감탄해 마지않은 지점이 바로 언더독으로서 절대적 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생존과 더 나은 삶, 미래를 위해 재치, 노력 그리고 사랑으로 가슴 뭉클하게 함께 개척해나가는 토끼들의 이야기가 올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내러티브라고 생각해서였다. 2023 새해 모두가 재치 있게 건승하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