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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ㄷㅏㄹ Aug 10. 2023

가을, 아침 그리고 연기

나는 가을이 좋다

눈이 떠졌다.

아직 이른 아침.

나의 예감이 맞다면 오늘은 주말이다.

일요일도 아닌 즐거운 토요일.


수년 전부터 내게 잠이란

마치 애피타이저만 맛본 것처럼

감질맛 나기 그지없었다.

눈이 떠졌다고 했지 잠이 깼다고 한적 없음.


고난도 수학 문제집 보다 풀기 어려운

담에게 잠식당한 목과 어깨를 풀어주며

생각만 해도 신나고 설레는 토요일의 

아침을 맞이해 본다.


환기를 먼저 해보자.

내 방 커튼을 올리고 창문을 열기 전 

수년간 내 몸에 쌓인 데이터가

내 코를 먼저 반응케 했다.


나는 가을이 좋다.

그 특유의 선선함이란 비염에 신음하고 있는

내 코에 소금물 보다 확실한 처방이었기 때문이다.

얼른 이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길 바랄 뿐이다.


창문을 열기 전.

어떤 물체들이 창 밖에 감지되었다.

아. 미리 말하지 못했는데 우리 집은 반지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시선과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창문을 열었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던 물체의 실체를 

두 눈으로 또렷하게 맞이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들은 정체는 3-4명 정도로 구성된 10대 그룹.


그들의 입에선 익숙한 된 발음과 알아듣기 힘든

신조어들이 서로 앞다투어 세상 밖으로 내뱉어졌고

무형의 음성과는 다르게 바람에 흩날리는 희뿌연 연기가

나로 하여금 시선을 머물게 만들었다.


아. 그랬구나.

요즘 10대들은 전자담배를 사용하는구나.

신문물의 경이로움. 그런데 어떤 경로로 구매하는 걸까?

그들은 이제 비위생적인 반가리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어느 가을 아침.

그렇게 나는 그들의 수다에 방해되지 않게

창문을 열자마자 닫고 말았다. 불쾌한 연초 냄새가

내 방 안을 침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이따 다시 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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