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ㄷㅏㄹ Aug 11. 2023

비 내리는 오전 카페에서..

나는 쫄보

비 내리는 오전 카페.

사치스러운 에어컨 바람 앞에서

절로 공손해지는 자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지나가는 행인과 눈이 마주쳤다. 

흡연을 하며 카페를 올려다보고 계셨던 

그분의 눈빛은 매우 강렬했다. 아이컨택 후

그분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 갔지??


바로 그 순간.

카페 입구를 통해 그분이 다시 나타났다.

찰나의 아이컨택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건가?

이른 시간이라 카페 안에 손님은 나뿐이었다.


나는 쫄보.

내 이마만큼 텅 비어버린 테이블을 뒤로

그분은 명확한 목표 지점을 향해 걸어왔다.

거침없는 발걸음은 마침내 내 앞에서 멈추었다.


이어폰을 빼며.

나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걸까 아니면 무슨 이유가?

그분은 내 앞에 선채로 강렬한 눈빛을 발사했다.


죄송합니다.

비가 새는 구간을 체크 중인데 카페 안쪽에서

바깥을 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하시며

나에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줄 것을 요청하셨다.


아 괜찮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분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분은 연신 내게 사과하며 작업을 진행하셨다.


휴 다행이다.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심신이 미약해졌다.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초능력이 절실한 요즘이다.

한동안은 내 공간 안에서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 아침 그리고 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