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해, 소망을 실어
인정해주는 이 하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이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계속 이어 나간 화가가 여기 있다.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앙리 루소는 세관 사무원으로 일하며 주말에만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정식 화가 교육을 받지 않아 모두가 아마추어라 조롱해도 독학으로 그림을 계속 그려나갔고 49세라는 늦은 나이에 전업 화가가 되었다. 초상화는 실제 인물을 닮지 않아 유명했고 그림의 원근과 비례가 하나같이 맞지 않아 당대 화가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하지만 그것도 의도한 게 아닐까? 사실 천재 화가였던 게 아닐까? 그의 정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진짜 정글보다는 환상의 세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정글에 가본 적이 없다는 루소는 야생 사자를 직접 보지 못했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는 다르다. 이성과 관습에 따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상상, 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한 것 같다.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듯 실재하지 않을 법한 그의 그림들을 보며 이 독특한 화풍에 스며드는 것 같다.
어느 푸른 밤, 둥근 보름달 아래 황량한 사막으로 보이는 곳에 한 여인이 누워있다. 무지갯빛 옷에 머리카락인지 머리에 독특한 붉은빛의 두건을 두른 건지 모를 이 여인은 지금 여기서 자고 있는 걸까? 여인의 손에는 지팡이가 쥐어져 있고 옆에는 만돌린과 무엇을 담았을지 궁금한 항아리 병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내 집 안방이세요? 내 침대도 아니고 이불도 신발도 없이 모래 위에 누웠지만 어느새 잠이 들어 평온한 꿈을 꾸는 듯 편안해 보인다. 그런데 한 마리의 사자가 천천히 다가와 여인의 바로 뒤에 자리 잡았다. 꼬리를 치켜든 채 여자 쪽을 곁눈질하며 슬금슬금 온 것 같다. 바로 뒤에 사자가 있는 걸 알고는 있을까? 사자는 사람을 찢어. 이 어울리지 않는 투샷에 머리가 어질하다. 이 여인의 애완동물은 아닐 거고. 어쩌다 사자가? 그래서 더 환상 같기도 하다. 그럼 기묘한 상상일까? 여인의 꿈에 사자가 나타난 걸까? 그림 속 배경은 현실일까 꿈속일까? 이게 진짜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잡아먹히는 거 아니야? 보는 내가 걱정된다. 원근법의 오류로 가까워 보이는 것일 뿐 사실 둘은 멀리 떨어진 채 공존하는 거면 좋겠다.
앙리 루소는 ‘아무리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도 지쳐 잠든 먹이를 덮치는 것은 망설인다.’라는 부제를 붙였다. 알고 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 계속 잠들어 있어야 하나? 잠든 척해야 하나? 루소의 그림을 찾아보니 생뚱맞거나 조화가 맞지 않는 것이 많았고 초상화는 실제 인물과 닮았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화가로 유명했다는데 지금에 와서 우리가 봤을 때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린 것 같아 더 잘 그린 그림처럼 느껴진다. 화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느낌대로 나만의 화풍으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내가 그린 그림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나만의 그림체, 그리고 거기에 담긴 메시지. 그의 그림은 앙리 루소의 그림이다 이름표를 단 듯 개성을 한껏 뿜어내고 있어 잘 그린 그림 같다.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림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어 좋은 그림 같다.
어쩌다 벌써 연말이 되었을까? 연말 분위기를 내는 가게들을 보며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나 놀랍다. 다가오는 새해, 계획하고 있는 목표나 꿈이 있나? 나는 새해에 계획한 버킷 리스트가 있나? 생각해보니 지금껏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본 적이 없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하고 살았기 때문에 딱히 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나 싶었다. 꿈, 목표가 생기면 이루면 그걸로 끝이었는데 따로 리스트를 세워보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건 어떨까? 꿈은 높게 가지는 거고 또 인생은 변수의 연속이라 생각하는 탓에 버킷 리스트를 꼭 세워야 하나? 생각했다. 세우고는 어차피 그대로 안 할 것 같은데? 터무니없이 높게 세운 계획들로 빼곡한 플래너를 보며 쓰고는 지키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리니 나는 일 년 계획 세우기도 어렵겠는데? 싶다. 버킷 리스트를 세우는 게 나랑 맞을까?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어떻게 지금 다 세울 수 있을까?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을, 미리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일을 어떻게 계획할 수 있을까? 꼭 계획해야 하나?
그래서 일단은 내년 한 해의 버킷 리스트만 세워보았다. 세워보고 또 살면서 바뀌는 대로 바꾸면 되니. 가장 중요한 건 숙제처럼 하지 말기! 버킷 리스트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거지 이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다. 마치 숙제 검사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치우고 싶지는 않다. 아, 이거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하고 싶지 않다. 추상적이고 비가시적인 계획은 하나씩 지워가는 재미는 어렵겠지? 그런 희망은 마음속으로 하고 여기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만 생각해보았다.
1) 건강 – 좋아하는 운동 하나 찾아 꾸준히 하기
필라테스는 조금 배웠고 지금은 헬스만 하고 있는데 운동과 잘 맞는 사람은 아니다. 헬스장 가는 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갈까 말까 고민할 땐 괴롭지만 오늘은 안 가야지 마음먹을 땐 행복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운동 종목 하나를 발견해 꾸준히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고 싶다. 건강하기 위해,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있지만 이 운동이 좋아서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게 좋을까? 또 건강한 취미 생활도 하고 싶다. 대학생 때 이것저것 배우고 싶어 댄스 학원에 잠깐 다녔었는데 그때 좀 어색해도 재밌었던 기억이 좋다. 한 달 단위도 좋고 요즘은 원데이 클래스도 많이 나오니 잠깐씩 배우고 싶은 춤이 생기면 춤바람 좀 나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몸과 마음 건강 모두 챙겨야지.
2) 자기 계발 – 여가 시간에는 내 취미 생활하기
지금 나는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주로 영상을 보거나 글을 쓰고 있다. 휴대폰 속 세상이 재밌는 건 맞으나 이제 좀 줄이고 다른 취미 생활 시간을 늘리고 싶다. 어쩜 글을 읽는 시간보다 글을 쓰는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이제부터는 글을 쓰는 횟수는 줄이고 글을 읽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글을 쓰는 부담은 내려놓고 나보다 훨씬 글 잘 쓰고 글에 재능 있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느끼고 배우고 싶다. 그리고 글쓰기에만 몰두했던 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조금 옮겨가 또 다른 취미 생활을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더 찾고 싶다.
항상 취미나 특기란에 무엇을 쓸지 고민이었는데 지금껏 내가 가진 취미에는 무엇이 있었나 떠올려보았다. 만들기, 공예에 취미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요즘은 아기자기한 거, 예쁜 것도 좋지만 만들고 나서 쓸모가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또 손이 너무 많이 가는 걸 하고 싶지는 않은데. 다이어리 꾸미기는 내 취향이 아니고. 레진 아트나 옷 리폼 같은 걸 취미로 해봐도 괜찮겠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을 자주 그리는 사람도 아니고 잘 그리지는 않지만 보고 그리는 건 적당히 하는 편 같다. 그림을 취미로 해보고 싶다. 내가 쓴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책처럼 나도 이야기를 쓰고 그림으로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여러 도구로 그려도 보고 태블릿으로 그려도 보고 싶다.
대학생 때 기타 동아리에서 매일 기타 연습하고 노래 부르고 무대에 서 공연하는 게 참 좋았는데. 지금은 공연과 같은 목표와 산출물이 없으니 관심이 시들었다. 다시 내가 좋아했고 재능 있다 들었던 이 취미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 있는 곡, 새로 나온 곡만 연주했었는데 작곡을 배워 내가 작곡하고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 또 당장 떠오르는 건 없지만 다른 악기도 하나 더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유튜브도 시작하고 싶다. 올해 시작해야지 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데 기타 연주, 노래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로 시작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브이로그도 찍고 싶다. 찍는 것도 어색하겠지만 편집이 어려울 것 같아 미뤄두었는데 일단 시작해야지. 또 다른 사람들의 취미생활도 살펴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것 같은지, 잘하는 것 같은지 의견도 들어봐야겠다. 물론 가장 중요한 내 생각도 계속 들여다보고.
3) 배움 – 넓고 깊게 배우기
내가 일해 번 돈이라 참 소중하다. 어떻게 하면 더 플러스가 되게 할 수 있을까? 자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올라간 물가로 몸소 느낀다. 절약으로만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에 들어오는 자금은 그대로인데 어떻게 재무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소원만 말하지 말고 공부를 해야겠다. 경제 지식은 물론이고 재무 관리법을 배워야겠다. 대학원, 자격증, 각종 시험에도 도전해야겠다. 아직은 나도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 무언가 배우고 싶은 게 더 많은 것 같다. 1년 동안 궁금한 것, 배우고 싶은 것을 찾으며 여러 연수를 듣곤, 대학원에 입학해 길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어디서 배우고 싶은지는 신중히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내년에는 시작해야겠다. 역시 나답게 이것저것 손을 뻗어보며 건드려봐야지. 이것저것 배우며 넓게 펼치고 이거다 싶으면 깊게 뿌리내려야겠다.
4) 시간 –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기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 수는 없지만 기록해서 남겨두고 싶다.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매일 일기를 쓰는 건 내 취향은 아니다. 일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기록하니 좋다는 걸 느낀다. 소중한 순간을 간단하게라도 글로 남겨야겠다. 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진 아닐까? 예전 사진을 보며 내가 이랬다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새삼 놀란다.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두니 다시 보고 추억하며 얼마나 좋은지. 가족사진을 안 찍은 지 오래됐는데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함께 남기고 싶다.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도록 정리해두어야겠다.
5) 자유 – 마음껏 자유롭기
내가 자유를 느끼는 방법은 여행이다. 여행을 가고 싶다. 올해는 국내 여행만 했었는데 내년에는 해외여행도 가야겠다. 해외여행을 안 간지 거의 3년이 되었다. 몸이 근질근질한 걸 보니 슬슬 여행을 떠날 때가 되었다. 좀 멀리 훌쩍 떠나고 싶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이 떠오른다.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장 가고 싶을 때 떠나야지.
그 외에도 제주도 한달살이, 힐링 글램핑, 템플스테이, 날씨가 안 좋아 스위스에서 못했던 패러글라이딩, 오로라 보기, 책 출간하기, 해외 근무하기 등 한 해 안에는 안 되더라도 조만간 이루고 싶은 꿈도 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기.
2023년에는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