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과 유럽의 규제가 동시에 들이닥치고 있는 애플.
안녕하세요, 크립토노트입니다.
최근 Nvidia, Microsoft를 비롯해서 다양한 AI 관련 주가들이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나스닥은 사상 최고 지수를 기록했지만, 유독 맥을 못 춘 몇 개의 기업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Tesla와 애플입니다.
테슬라야 최근의 전기차 수요 둔화를 비롯 중국, 인도 시장에서의 부진 등 가시적인 이슈가 있었지만, 애플은 조금 다르죠. '혁신'과 '변화'의 상징 그 자체였던 애플이 왜 이러한 AI가 주도하는 흐름에는 탑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애플을 계속해서 매도하고 있는 흐름이 조금씩 확인되면서, 애플의 주가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1일 애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16개의 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당한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조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죠. 반독점법이라니, 이름부터 무서운데요? 오늘은 반독점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러고 애플의 반독점법 기소가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한번 고민해 보시죠.
반독점법은 M&A 등을 통해 시장의 독점을 강화하고, 가격 담합 등을 시도하는 각종 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법입니다. 1911년 석유왕 록펠러의 회사 스탠더드 오일이 이 법에 의해 34개의 서로 다른 회사로 분리된 적이 있었죠.
24년 전인 2000년에는 MS가 넷스케이프와의 이슈로 반독점법에 의해 기소되어 3개의 회사(Windows, 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분할될 뻔한 적이 있었죠. 2001년 겨우 항소심에서 분할을 면제받고, 법무부와 합의로 사건을 종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MS가 운 좋게 넘어간 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이 판결의 결과로 MS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졌고, 그 틈을 타 성장한 애플과 구글이 크게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2020년에는 구글이 반독점법에 의해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되었습니다. 아직 판결이 나지는 않은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지만, 구글은 삼성전자, 애플 등의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십억 달러를 줘가면서 자신들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도록 불법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미 법무부는 얘기하고 있죠. 00년대의 빅테크 소송이 'PC'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였다면, 지금은 모바일 검색 OS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겠습니다. 이처럼, 반독점 이슈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도모하는 빅테크 기업에게 항상 있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미 법무부와 주들, 그러고 유럽은 애플의 어떤 모습을 지적하고 있는 것일까요?
미 법무부가 이야기하는 것은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입니다.
저도 최근까지 애플 제품을 써왔고, 많은 애플 제품을 쓰는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애플은 굉장히 폐쇄적인 IT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랑하는 imessage(메시지), facetime(영상통화), airdrop(사진/동영상 전송) 등의 기능은 같은 아이폰이 아니면 불가능하죠. 1) 타사 기기와의 호환을 제한하여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 독점을 형성해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는 것이 미 법무부의 첫 번째 지적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2) 이용자를 Lock-In 시키기 위해서 타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갈아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 3) 다른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30%의 결제 수수료를 챙긴 점, 4)'애플 페이'등 의 자사 서비스를 자사 휴대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당장 해당 사실이 공표되자마자 애플의 주가는 -4%가량 하락했습니다. 실제로 애플이 해당 리스크를 탈출하지 못하면, 생각보다 큰 위기가 애플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죠.
이번 애플의 위기는 어쩌면 애플이 자초한 것일 수도 있기도 합니다. 물론 최대 시장에 대한 선호도는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애플은 미국 정부의 계속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亲중국 적인 스탠스를 보여주면서 중국의 AI를 이용하겠다고 언급하거나, 중국에서의 생산을 계속하고 있었죠. 이런 와중에, 대중국에 대한 고삐를 죌라는 미국의 패권적인 입장에서는 애플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애플에 대한 이러한 기소가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는 입장입니다. 시장과 OS의 독점을 통해 자사 스마트폰에 Lock-In 시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만(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이니깐요), 30%의 결제 수수료를 강제하는 점은 시장의 기형화를 불러왔다고 생각됩니다. 애플의 이러한 수수료 정책에 많은 나라의 게임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었죠.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결제하더라도 자체 플랫폼에서 결제하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했잖아요?
최근 애플이 AI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평을 듣는 것을 보니, 애플에게 점진적으로 위기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S24 자체 AI에 사람들의 구매력이 몰리고 있다고도 하고요. 물론 애플은 아이폰에 구글의 Gemini를 탑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 벗어나려고는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나, 자체적인 경쟁력은 많이 부족하죠. OS 독점이 애플의 큰 성장 동력이었는데 이마저 칼질을 당하게 된다면, 애플의 앞날은 어두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느냐는 큰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반독점법 이슈에 기존의 독점적인 세력에게 위기가 찾아오면, 생태계가 다양해지고 강력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왔거든요. 애플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벗어난다고는 해도, 새로운 OS나 다양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테크 기업들이 또 등장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것은 소비자 후생의 증가를 불러올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