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만 하더라고 세상을 바꿀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블록체인과 크립토였던 것 같은데, 지금의 흐름은 완전히 AI에 있습니다. 겨우 6년 후일뿐인 2030년의 AI 글로벌 시장 규모는 1800조 원에 달한다고 하고, 십수 년 이내에 AI에 투자되는 돈이 1조 달러가 넘을 거라고 하죠. 모두가 AI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로 그럴까요?
AI가 우리 삶에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perplexity AI는 새로운 방식의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위협하고 있고, Search GPT의 소식이 들리자마자 구글의 주가가 2%가량 떨어지기도 했죠. ChatGPT는 이제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업무 시간의 능률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AI와 그 산업이지만,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2022년에 블록체인에 대한 전망을 생각해 볼까요?
물론 AI와의 1:1 비교는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만, 블록체인의 독특한 보안 기술은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web3기업이 탄생했고, BAYC NFT는 한화 2억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었죠. 국내 빅테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자회사(라인, GroundX, 크러스트 등)를 이용하여 블록체인에 투자를 감행했었고, 실제로 꽤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요? 사실 뉴스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언급 횟수가 가시적으로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죠. 물론 크립토와 nft 자체의 가치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정말 '기술' 중심으로서 결과를 보이는 회사만이 존속하고 있고, 수많은 회사들이 사라졌습니다. '메타버스'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겠네요. 메타버스에 대한 많은 기대감과 별개로, 지금은 메타를 제외하고서는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는 빅테크는 어렵고(그나마 애플 비전 프로를 볼 수 있겠네요), 메타마저도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물론, 메타버스와 NFT,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로 '돈'이 되는 산업만이 살아남고 있습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VC들이 주목하는 포인트가 되었고, 투자금을 거두어들이면서 돈을 벌 수 없는 회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자금 운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crunchbase)
이게 AI라고 예외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이 자금이 경색되는 시장에서는 신기술과 태동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때, 그만큼의 효용을 갖고 올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역시 이런 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6월 말에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GEN AI: TOO MUCH SPEND, TOO LITTLE BENEFIT?"
1조 달러 이상의 리턴을 갖고 올 수 있을까?
ChatGPT로 인해 발발된 AI 혁명은 Nvidia에게 특수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24.2Q에 Nvidia의 매출은 1년 전 대비 262% 급등하였고, 이런 특수는 HBM 열풍을 국내 시장에 안겨다 주어,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엄청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Nvidia가 AI 시대의 주인공인 회사이긴 하지만, 사실 Nvidia 자체는 기술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AI의 연산을 처리하는 GPU의 제작이기 때문이죠. 즉, 지금 떼돈을 벌고 있는 쪽은 오히려 해당 산업의 부품사입니다. 가장 메인을 차지하는 기술 기업 특히 OpenAI나 Anthropic의 경우 적자 규모가 엄청나죠. 이 모든 건 미래 성장 가치를 고려한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적자가 나는 것이 사실상 당연합니다.
그러나, 지금 발발된 AI 경쟁은 계속해서 AI 회사들 간의 치킨 게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ChatGPT의 구독료나, Gemini와 같은 서비스들, 그리고 치고 올라오는 중국 회사들까지도, AI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수많은 돈을 사용해 가면서도, 그들의 서비스를 싼 값에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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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우리나라의 쿠팡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거대한 AI 플랫폼을 완성하여, 그 플랫폼 생태계를 독점하고 그 안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질문이 따라오죠. 그렇다면, AI가 세계 경제에 얼마 큼을 차지할 건데?
비관적인 회의론이 존재합니다.
다론 아세모글루 MIT 교수는 이런 질문에 대해 비관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향후 10년 동안 AI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이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0.5% 증가하고 GDP가 0.9%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죠. 작업적 측면에서는, AI가 비용 효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 5% 미만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짐 코벨로(Head of Global Equity Research at Goldman Sachs)는 "AI가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가 얘기하는 효율화의 경우에는 '대규모 자동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애기죠.
지금 당장 AI로 인해서 돈을 버는 쪽은 AI 기술 기업이 아닙니다.
데이터 센터, GPU와 같은 기존의 industry가 AI로 인해 큰 수혜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AI의 단기적인 잠재력입니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꿀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지금 당장 밑 빠진 독에 돈을 붓는 것처럼 투자한다면, 그 투자금을 건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죠.
AI의 이런 폭발적인 성장이 '닷컴 버블'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닷컴 버블이 빠르게 붕괴되었던 것처럼, 지금과 같은 AI가 주도하는 S&P 500의 폭발적인 상승이 곧 꺼질 거라는 것이죠. 정말 그럴까요? 시장은 항상 우리가 예측한 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는 그 결과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