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까 이런 얘기해주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서 너는 좀…”, “그러니까 애들이 널 싫어하지.”, “진지하게 그게 맘에 들어? 안목 좀 키워.”
기분이 깔끔하지 않은 이런 상황은 주로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고, 피-가해자가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무례하고 불편한 행동을 솔직한 성격으로 좋게 포장하며 찝찝하지는 않았나요? 오늘의 주제는 솔직함과 무례함입니다.
무례함과 솔직함은 상대에 반하는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표현하는 방식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무례함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할 때 상대방의 감정이나 존엄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아닌 상대방 자체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이어지고는 합니다. 무례하다는 반격에는 ‘내 성격은 호탕하고 솔직한데 상대가 소심해서 그렇다’고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솔직함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할 때도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면서, 상대를 고립시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솔직함은 관계를 강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제나 결함을 정면으로 진단하고, 간결하고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해 비판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때로는 무례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이는 그들의 의도가 아니라 그들의 표현 방식이나 처리 방식에 대한 것으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너라는 사람을 부정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할 것입니다.
"당신은 완전히 잘못된 결정을 내렸어요. 당신 때문에 우리 프로젝트는 망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고 비난할 뿐인 무례한 행동입니다. "이 결정이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보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하는 것은 솔직한 표현에 가깝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상대방을 배제하지 않고 같이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며 상대방을 여전히 존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안 가네.", "네 생각은 완전히 틀렸어. 이건 정말 이해 못 할 정도로 어리석은 발언이야.", "너는 애가 왜 그러냐" 등 역시 무례한 표현의 예시입니다. "네 질문이 좀 어려운 것 같아서 이해가 안 가는데, 다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이 주제에 대해 다른 관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해." 등은 좀 더 솔직한 표현이죠.
무례함은 상황 속에서 나를 상대의 우위에 두고 > 상대를 평가한 후 > 상대를 낮추며 부정하는 것이고, 솔직함은 상대의 곁에 서서 > 같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입니다.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고 존중하면서 의사소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솔직한 상대를 만나는 것도 즐겁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멸과 무시는 '상대에게' 화나는 상황이고, 솔직한 사람을 대면할 때의 감정은 내가 나의 한계나 부족을 확인하는 '스스로에게' 겸연쩍은 상황일 것입니다.(나의 겸연쩍음을 상대에게 화로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동안 영화나 시리즈에서 천재, 능력자로 그려지는 캐릭터가 불편한 적이 많았습니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설정을 자주 무례로 표현하면서 그 캐릭터가 '결국'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몇 편 보다가 하차한 시리즈인 '하우스'에서도 의사 하우스는 매우 무례하고 특이한 성격의 인물입니다. 그는 종종 환자들이나 동료 의사들에 대해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합니다. 그가 환자에게 진단을 전달하는 방식은 자주 무례하고 때로는 모욕적입니다. 환자들의 생활 방식이나 의학적 상황에 대해 냉소적이며, 이로 인해 다른 인물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무례함으로 인해 종종 감정적인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그의 직설적인 접근 방식은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인물에게 필수적인 냉정함이 무례함으로 표현된 것이죠.
하지만 무례함과 냉정함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무례한 사람은 주로 상대방의 감정이나 존엄성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합니다. 자신의 욕구나 관점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냉정한 사람은 감정이나 감성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취합니다. 이들은 주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과 논리에 근거하여 판단하거나 행동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에도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하거나 무례한 것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자주 사람들이 냉정하다는 것을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하는데, 그때는 차갑다는 표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감정적 접근을 피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차갑다는 것은 너와 나의 관계에서 감정 표현이나 소통에 소극적이며, 상대가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대처할 줄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대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한 캐릭터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도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자주 겉으로 상처 주고 뒤에서 챙겨주기도 하죠(음..). 문제에 대해 직접 대면하고 열정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고려하며 협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솔직함은 종종 동료들을 독려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요약하자면,
- 무례함은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
- 솔직함은 상대와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건 비슷하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 냉정함은 상황을 바라볼 때 감정보다는 이성에 기대 판단하는 것
- 차가움은 상대와 나의 관계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상대가 상처를 받았을 때 그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자주 나는 솔직하고 상대는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내가 무례한 건 아닌지, 상대가 솔직하려고 한 건 아닌지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너를 배제하려고 한다’ 면 무례이고, ‘더 나은 상황을 같이 만들어가려고 한다’ 면 솔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무례하고 불편해’,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조금 더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겠죠?
* 솔직함으로 포장한 인신공격,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