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 L Night
Nov 10. 2024
학창 시절 학교폭력, 다시 떠오르는 기억
반추와 우울, 지금 여기의 한계점
학교폭력이 내 잘못인 것 같았다.
피해를 본 것도 내가 언제 어디선가 가해를 해서라고 생각 해 왔다.
상처받은 것도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 줬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처받게 된 거라 생각했다.
끝없이 그날 일들을 '이랬음 어땠을까' 반추해 왔다, 어떤 것이 진짜 있었던 기억인지도 모를 만큼 상세하게 회상해 왔다.
그렇게 안 좋았던 과거를 끝없이 회상해도 찾아오는 건 우울증 밖엔 없었다. 그런 내게 '지금-여기(Here&Now)' 상담기법은 과거 일을 잊기에 너무 좋은 방법이었다.
지금 난 그 과거가 아닌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직 어떠한 학교 폭력도 없고, 아직 가해도 피해도 없는 정말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
우울함이 정리되고 한참이 지난 뒤 인가, 난 그때에서야 알았다. 과거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잊으려 해도, 사실상 언젠간 다시 떠오른단 사실을.
회피에 불과했다. 지금 여기로 회피해 오고 과거를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여기'는 지금에 머물며 과거를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고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그저 지금 여기에 머물러 환기할 뿐 정리되지 못한 것이다.
누구나 지금을 살아가고, 이곳에 있음을 인식할 수 있지만
누구도 아픈 과거를 정리하기란 어렵다.
어떤 해결도, 어떤 일도 사과받지 못하고서 해결하려 해도 실은 풀리는 것이 있듯 풀리지 않는 일도 있다.
승화하고 넘겨라, 지금은 다르게 살면 된다, 과거는 과거다 하는 이야기들이 흔하다.
그러나 그 과거는 언젠간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의 한계는 지금 여기에 머물면서 과거를 정리할 능력이 되지 못했단 것이다. 지금 여기에선 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단 것이다. 어쩌면 과거에는 해결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보호자를 포함한 삼자대면, 학폭위, 가해자 대상 민원, 법적 처벌 등 어쩌면 다양한 방도가 있었겠지 싶다.
하지만 이미 시기가 지난 지금은 어쩔 도리도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만일 나의 과거와 같이, 정말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사각지대의 학생이 있다면 꼭 봤으면 좋겠다.
'너의 학창 시절은 네가 얼마나 용기 내 해결하려는지에 따라 달라질 거야. 지금의 넌 해결할 수 있지만, 네가 무시하고 졸업하면 되겠지 넘기는 순간 더는 해결할 기회가 없어질 수 있어. 네 주위에 도움을 청할 방법은 네 생각보다 많아. 널 괴롭히는 그들은 네 생각보다 세상에서 매우 힘없는 약한 존재야. 물론 매우 힘없는 그들보다 약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넌 더 넓은 세상에서 더 강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힘이 있고 그건 네 용기에 따랐어.'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또다시 반추하게 될 거란걸
결국 똑같은 일로 또다시 우울해질 수 있단 걸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사소한 일로 신고는 못해도 부모님들이나 믿어주는 선생님들과 상의하고 고민을 터놓기라도 했음 한다고, 진정 지금-여기의 효과는 가장 힘든 순간에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빛을 본단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또 지난 지금은
이미 그때와 다른 지금이기에, 여기가 아닌 이미 그 시간을 저곳 이란걸
'지금-여기'는 도울 수 있는 효과가 있어도
'지금-저곳'은 돕기엔 너무도 큰 힘이 든단 것을 알았으면 한다.
언젠가 떠오르면 어떻게 할까 겁먹지 말고
언젠가 떠올라도 '그때 내가 용기 내서 그나마 나았지'하고 조금이라도 덜 우울해지게 너 자신을 믿고 도움을 청했음 한다.
가해자는 스스로가 가해자인지 모르니까, 더욱 네가 용기 내 어떤 상황에서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네 스스로 만들고 의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