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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너비 아티스트 Jul 21. 2023

부업 생활 : 플로리스트 2년 차

올해로 부업 플로리스트 2년 차. 봄이 되자 나는 올해의 사업(?) 구상에 대해 생각했다. 제법 꽃다발 주문 배달도 해보고 몇 번의 웍샵 경험도 쌓은 후였다. 2023년의 새로운 시도는 뭐가 될꼬? 


우리 꽃집(?)은 매장이 없는지라 오다가다 꽃다발을 사 가는 손님은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미리 온라인으로 오더 하는 대형 꽃다발, 주말 꽃꽂이 웍샵, 이벤트 플라워 데코레이션 이렇게 세 가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금 해보니 스케줄과 인원수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웍샵이 가장 수익도 좋았고 수월했다.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진 않았지만 소수의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 구글 리뷰는 늘 별 다섯 개였다. 올핸 웍샵을 좀 키워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했다. 


1) 가격 인상을 했다. 초반에 3-4 명의 소그룹을 가정하고 이 인원이 모여야 내가 원하는 수익이 창출되도록 가격책정을 했었다.  초보 꽃꽂이 선생이 비싸게 부를 엄두가 안 나니 그런 것이다. 그랬더니 1명만이 웍샵을 원할 경우 곤란해졌다. 2명은 모여야 손익분기를 넘기는 걸 아는데도, 아직은 내가 경험을 쌓아야 하고, 내가 더 좋아라 하는 웍샵인지라 거절을 못하고, 1명짜리 웍샵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이었다. 올해부턴 가격을 좀 과감히 올려 1명만 받아도 약간의 이익이 나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첫 번째 일이었다. 


2) 가격과 함께 웍샵 내용도 수정했다.  작년에 주로 했던 수업은 유리병 꽃꽂이였는데, 좀 간소한 수업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부턴 이것과 꽃다발 묶음, 두 가지를 한 수업 안에서 가르치고 대신 기존의 2배로 가격을 올렸다.  다시 말해 위에서 언급한 가격 인상은, 그냥 가격만 올린 게 아니라 그만큼 가치도 더 제공하면서 고급화를 했다.  


3) 웍샵 예약 및 지불을 홈피 안에서 고객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했다.  홈페이지에 미리 웍샵 날짜들을 공지해 놓고, 그 날짜, 그 시간의 수업을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바로 클릭 한 번으로 예약과 지불을 모두 해결하는 것이다. 예전 동료가, 동네에서 재봉틀로 옷 만들기 취미반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녀가 해 준 조언을 따른 것이다. 


이렇게 홈페이지를 업데이트시키고 반년 가량이 흘렀다. 어떻게 되었을까? 


1) 가격 인상 후, 신기하게도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웍샵을 찾고 있다. 가격 프리미엄 전략은 잘 쓰면 분명 유효하다. 사실 런던과 파리의 플라워 웍샵들은 우리보다 2-3배의 비싼 가격인데도, 전 세계에서 이를 경험하러 찾아 가고 있다. 우리 웍샵의 가격은 아직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또한, 가격이 혼자 너무 싸도 오히려 신뢰를 잃기 십상이다. 


가격에 걸맞은 수업을 하려니 더 정성과 열의를 다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별 다섯 개 리뷰 행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원래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던 '볼(bowl) 센터피스 코스'가 덩달아 인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른 코스의 가격 인상으로 가격 차이가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상이 덜 해서 인 것 같다. 


이와 함께 발견한 것이 있는데, 내 손님의 대부분이 더치인이 아닌 외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더치인들은 사실 돈 씀에 매우 깐깐하여, 두세 시간짜리 웍샵에 100유로를  쓰는 일은 매우 드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다르다.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에, 배움에 대한 투자에 훨씬 관대하다. 또한 내 웹사이트가 영어로 되어 있으니 영어 서치에 주로 뜨게 되어 있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이다. 어쨌든, 여기 사는 외국인들, 심지어는 관광객들이 내 웍샵의 주요 고객층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알았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네덜란드의 풍성한 꽃과 꽃꽂이 경험을 제공하는 건 꽤 괜찮은 아이디어이다. 나 역시 외국인이고 아직은 영어로만 웍샵을 하는 터라, 관광객 대상 꽃꽂이는 나한테 딱이다. 


2) 해보니 유리병 꽃꽂이보다 꽃다발 묶음이 더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볼(bowl) 센터피스도 함께 반응이 좋았다. 초반에는 나 스스로가 주로 유리병 꽃꽂이를 많이 애용했던지라 이걸 간판 수업으로 내걸었었다. 반면 꽃다발 묶음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어 이는 내심 피하고 싶었다. 내 개인 실력만을 잣대로 수업 내용을 정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두루 두루 실력을 쌓아 앞으로도 매년 한 두 개씩 새로운 수업들을 올려 반응을 보면서 최적화해 나갈 생각이다.  


3) 작년 홈페이지 만들 때의 고생을 떠올려본다. (브런치 스토리 '어쩌다 홈페이지' 읽어 보심) 그때 이커머스 기능을 탑재하느라 막판에 괴로웠는데, 이렇게 웍샵도 바로 클릭을 통해 매출과 연결할 수 있으니 보람이 있다. 이젠 대부분의 웍샵은 이메일도, 문자도 없이 매출 notice를 받는 걸로 알게 된다. 고객도 나도 간편하다. 


이렇게 연초의 업그레이드는 매출의 증대 이외에도 많은 귀중한 인사이트를 안겨주고 있다. 


꽃의 공급선 다양화와 이를 통한 비용 절감도 올해의 큰 수확이다. 내 꽃의 공급처는 원래 1) 우리 정원 2) 우리 동네 회원제 꽃밭 3) 네덜란드 화훼도매상, 이렇게 세 군데였다. 1)과 2)는 사실 4월부터 10월까지만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5개월은 3)에 의존해야 했는데, 여기가 가격이 비싸다. 근데 올해부터 우리 동네에서 토요일마다 서는 재래꽃시장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의 꽃은 화훼도매상의 반가격이다.  토요일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게 흠이지만 큰 원가 절감 효과가 있으니 흐뭇하지 않을 수가 없다. 


4월에 파리에서 하는 거금의 꽃꽂이 웍샵을 갔다 왔다. 3일 내내 꽃에 파묻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우리보다 3배 이상 비싼 웍샵은 도대체 어떤 것을 가르치고 어떻게 학생들을 모으는지 보고 배워야 했다. 이 웍샵의 가장 큰 수확은 몰랐던 테크닉의 배움 보다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었다. 더 큰 규모의 웍샵도, 웨딩 이벤트도, 더 유니크한 작품도 모두 다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고 왔다. 우리 웍샵에 오시는 분들도 결국은 이런 자신감과 확신을 바라고 오시는 것이리라.  잊지말자. 


내가 더 좋은 웍샵을 준비하기 위해선 나 또한 끊임없이 영감을 얻어야 한다. 비싼 웍샵을 신청하는 건 다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 


이제 곧 여름휴가다. 너무나 새롭고 때론 힘겨웠던 2023년의 상반기를 감사한 마음으로 정리할 기회이다.

그리고 하반기의 계획과 즐거운 아이디어와 함께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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