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비 Oct 08. 2022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

DAY14 강릉에서 속초


여전히 비가 내린다. 

커피로 유명한 강릉에서 스페셜티 원두 드립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로 잔디밭도 호수도 창문도 젖어있다. 비가 그칠 때 까지만 책을 읽어야지 싶었는데 한 권을 끝낼 때까지 비가 멈추지 않았다.

종일 비가 올 것만 같다가도 잠시 빗소리가 잦아드는 순간은 참 반갑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강릉의 향호 둘레길을 걸었다. 우산과 우비가 필요 없는 상태로 걷는다는 것이 이리도 반가운 일이었다니. 반가운 동물들도 만났다. 영상으로만 접한 수달 가족들이 무리 지어 유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대한 물뱀인줄만 알았는데 나를 발견하고 물 속으로 뿅 잠수하는 모습을 보고 수달인 줄 알았다. 너네 참 귀엽구나. 반가웠어. 

향호 산책길


오후에는 속초에 도착했다. 

내가 입실 한 게스트하우스는 저녁마다 라운지에 모여 삼삼오오 얘기 나누는 듯 하다. 솔직히 얘기하기 싫었다. 궁금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고 궁금하지 않은 이들의 얘기를 듣는 것도 피로하다. 하지만 무슨 마음이었는지 하루 정도는 노력해야지 싶었다. 

노력은 개뿔. 앉아서 조금 얘기하니 바로 몇 살인지 무슨 일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리고 가관인 것이 내 나이를 듣더니 조급하지 않냐고 한다. (무엇이?) 

자기 친구들 중 여자들이 있는데 이십대 후반부터 무슨 크리스마스 케이크 초 처럼 어쩌고 저쩌고 한 대 맞아도 될 만한 얘기들을 지껄인다. 자기는 남자라서 괜찮지만 여자들은 그 나이가 되면 불안하지 않냐고. 


노력이고 나발이고 그냥 피곤하다고 하고 (실제로도 피곤했다 너 때문에) 방으로 와버렸다.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이 내 성격 탓 만은 아니다. 세상에 짜증나는 사람은 너무나 많고 말 한마디 안 섞어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지루한 사람들도 너무 많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세상에 어울리기를 포기한다. 이 선택으로 외로움도 느꼈지만 그들 속에 함께 있느니 첩첩산중 속 혼자 사는게 백배 낫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이상을 갖고 꿈꾸는 세상이 비슷한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답답한 마음을 서로 너무나 잘 이해하고 그 마음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제주의 사람들이 그립다. 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비가 오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