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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비 Oct 03. 2022

강원도는 안녕하지 않다

DAY9 삼척의 첫인상

아침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제부터 끈질기게 나를 쫓아온 길고양이인데 게하 사장님 말로는 모르는 사람만 보면 따라가 야옹야옹거린단다. 귀엽다고 만져줬더니 아침까지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아침에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고양이가 될 줄이야. 오히려 좋아. 


태백에 온지는 삼일째다. 

스님과의 좋은 만남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태백은 끝까지 정 붙일 여지를 주지 않았다. 

내 기대가 너무 큰 탓도 있으리라. 아직 가보지 않은 관광지도 제법 많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푸른 하늘 밑에서 여유롭게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지만 이 곳 통리마을 근처에는 일찍부터 영업하는 가게가 없다. 고양이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태백을 떠났다. 



한 번 생각난 카페라떼를 잊을 도리가 없어 삼척으로 내려가는 길 카페가 있는 마을에 들렀다. 

그런데 웬일인지 젊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시내를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젊은 사람들 혹은 사람들조차 얼굴보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많이 다니다니 무슨 일인가 싶다. 

도계마을이 대단한 관광지인가? 

맵어플에 검색해봐도 천연기념물 느티나무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곳이 없는데. 지나가는 청년들을 붙잡고 당신 왜 여기 있는거야! 라며 물어보고 싶었다. 너무 궁금해져 사람들을 따라가니 마을 축제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정체는 강원도대학 학생들. 축제에 있을 체험행사와 공연에 참가하려 방문한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여기 사는 사람들 일리가 없지. 영양가 없는 궁금증을 해소하고는 다시 38번 국도를 타고 삼척으로 향했다.



나는 강원도를 처음 와본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왔을 수도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으니 이번 여행이 내게는 첫 여행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강원도는 막연히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삼척의 현실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딴 판이다. 물론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앞으로 보이는 난장판은 계획에 없던 것이다. 

모래 위로 지게차가 지나다니고 온갖 자재들과 쓰레기가 무질서하게 쌓여있다. 공사소음도 무시할 수 없게 크다. 분명 지리책에서 물이 맑기로 소문난 삼척의 맹방해수욕장이라 배웠건만 언제부터 이렇게 공사판이 된 것일까? 

이 난개발의 정체는 화력발전소 건설이다. 전세계가 탄소절감과 클린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는 와중에 석탄 화력발전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맑고 깨끗한 해수욕장을 구태여 파괴시키면서까지 공사를 해야할까. 

이렇게 완공해서 만들어낸 에너지는 또 서울에서 쏙쏙 빼먹겠지. 

도시에서 누리는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 염치도 없이 모두 지방에서 가져온다. 지방이 그 더러움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이들은 그것이 당연한 줄만 알고자신들이 누리는 쾌적함이 누군가의 불편함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모른다. 


근처 공원에서는 마을주민들이 공사 중지 시위를 준비중이었다. 

내가 당연히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싸워야한다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런 곳에서 이방인인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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