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반이라면 예쁘다
아이들이 마냥 예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유아교육과/아동보육과 등에 진학하여 사랑, 희생, 봉사 등의 마음을 바탕으로 유치원 교사, 보육교사 등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니었다. 어린 시절 엄마의 교사생활을 보며 내가 느꼈던 생각은 '엄마는 왜 나보다 쟤들을 더 사랑해?' , '엄마 딸은 난데 왜 내 옆에 없어?' 였기 때문이다.
내가 교사 생활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우리 엄마는 많이 아프고 까칠했던 딸을 위해 자신의 휴게시간을 포기하며 나에게 달려와주었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교사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교사에게 "휴게시간"이라는 것이 없었다. 영아반 교사라면 낮잠 잘 때 같이 조금 쉬고, 유아반 교사라면 아이들이 영상을 보거나 아이들끼리 노는 그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동료 교사에게 '미안하다며' 부탁하고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와 나에게 왔다는 것을 나는 내가 교사가 되고 알았다.
- 보육교사 휴게시간은 2018년 7월 실시되었으나 2022년 9월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곳이 더 많다. 보육교사에게 휴게시간은 아이들 낮잠시간이나 특별활동시간을 쪼개 일지, 실행안 등의 서류작성 시간, 교사 협의 시간에 불과하다. 여전히 온전한 휴게시간이 아니다.
다행히 나의 첫 직장이었던 직장어린이집은 해당 지역 내에 건물 크기며 아동 수, 교사 수가 가장 많았다. 이 말의 뜻은 교사 대 아동비율이 지켜졌다는 것이며, 목적에 맞는 알맞은 공간들이 있으며, 해당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분업화하여 일할 수 있고, 급여나 처우가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돈 걱정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2018년 7월,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라 보육교사 휴게시간 의무화에 의해 근무시간 중 1시간씩 휴게가 가능했다. 매일 정확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원에서는 특별활동 시간에 보조교사를 투입하여 담임교사는 각 반이나 교사휴게실, 교사실 등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거나, 밀린 업무를 보거나, 학부모 응대가 가능했다. 어린이집 내에 행사가 있거나 일과 시간표가 조금 뒤틀린다면 20-30분 남짓하게 쉬는 날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휴게시간을 가진다면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 시간 뒤 아이들을 만나면 내 감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내지 않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예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반이라면 예쁘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내 감정이 머리끝까지 차올라도 우리 반 아이들 앞에서는 참아낼 수 있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우리 반'이라는 타이틀이 달리면 모든 게 달라 보였다. 더 귀한 아이들이었다.
지금까지도 나의 손에 맡겨진 아이 한 명, 한 명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모든 교사가 그럴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더 아픈 손가락은 있을지 몰라도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어떠한 우연과 인연으로 나에게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반이 되어 나와 사계절을 보낸 아이들이기에 모두 예쁜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