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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링 Sep 05. 2022

내 이름은 선생님, 아내, 딸

선생님, 애는 있으세요? 


유치원/어린이집은 교육기관 특성 상 매년 2월 말에 학기가 마무리되고, 3월 초 신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일반 회사원과는 다른 날짜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1-2월은 약간 새해가 아닌 것 같은, 아직 해가 바뀌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있다. 
3월이 되어 아이들을 만나고 새학기가 시작되어야 그때 해가 바뀐 것이 실감이 난다. 


매년 3월, 새학기가 시작되면 겨울에 첫눈이 온 것 같은 서늘함과 함께 벚꽃 필 때의 설레임이 가득하다.

어떤 아이가 우리 반이 될지, 어떤 학부모님을 만나게 될지 반배정 후 이미 어느정도의 파악이 끝난지만서도 우리반에서 나랑 만나게 될 그아이와 그 아이의 가정에 대해 궁금증이 가득하다.


재직 시에는 이미 2월에 다음 연령 반편성이 어느정도 결정되었기에 아이와 학부모에 대한 탐색과 정보수집이 가능하지만 이직 시에는 3월이 되고난 후에야 원에 처음 방문하고 아이들을 정말로! 처음 만나게 되어 탐색전이 더욱 길다. (신입교사의 경우에는 2월 중에 새학기/신학기 준비 등의 이유로 조기 출근을 하기도 한다. 경력교사는 2월까지 맡은 반을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에 출근은 정말 새학기 시작 전 1-2일 정도만 가능하다.) 




결혼을 하며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퇴사와 이직이 있었다.

단순하게 힘들어서 '그만해둬야지' 같은 투정은 있었지만 그게 실제로 일어날 줄이야.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오래오래 다닐줄 알았는데 인생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거다.

정들었던 장소, 공간, 동료선생님, 학부모님, 아이들을 모두 뒤로하고 새로운 가족과의 삶을 위해 이직과 이사를 했다. 


내 이름에 '선생님' , '딸' 에 이어서 이제 '아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수료와 졸업이 있는 바쁜2월을 보내며 나는 2시간 거리의 타지역에 새롭게 취업한 유치원에 주말마다 가서

교실 환경구성을 하고, 입학준비와 서류점검, 인수인계를 받으며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초보운전이던 내가 운전실력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도 이때인 것 같다.) 


3월이 되고 입학식을 마친 후 27명과의 하늘반과의 첫 만남이 있었다.

유치원은 교사 대 유아비율이 더 악명높다더니.... 진짜였다. 

교사 1명에 유아 27명, '눈 돌리면 사고나기 딱이겠네' 생각했다. 

반가운 첫 만남을 뒤로하고 선생님 소개 - 우리 반과 교실 소개 - 일과 소개 - 자유선택놀이 - 점심 및 양치 - 바깥놀이 등이 이루어진 후 오후 2시, 방과후과정시간이 시작되었다. 겨우 숨을 쉬고 교무실로 내려간다.



선생님들~ 첫 날이니까 학부모님들께 전화돌리세요. 
특히 신입은 꼭 전화하세요. 


자, 우리반은 27명, 1명당 5분씩이라고 생각하고 27X5=135.

1시간은 120분. 넉넉잡아 전화만 1시간 30분.  

지금 2시니까 3시 30분까진 꼼짝없이 전화기 앞에 있어야한다.


수화기를 들고 010- 번호를 누르다 "신입유아 전화 필수" 라는 말이 생각나 주소록을 봤다.

오늘 눈물로 등원했다던 신입 친구 G에게 먼저 전화를 한다.



(뚜루루루-)


나: 어머님~ 안녕하세요. ㅇㅇ유치원 하늘반 담임교사 ㅇㅇㅇ입니다. 

오늘 G가 유치원이 처음이라 조금 낯설텐데도 친구들과 인사도 잘 나누고 적극적으로 교실탐색을 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오전간식은 조금 남겼는데 점심은 반찬으로 나온 소세지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웃음)


학부모: 네. 아이가 울면서 들어가서 깜짝놀랬어요. 어린이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나: 그랬군요~ 아무래도 그동안 다니던 어린이집과 모습도 다른데 부모님과 헤어져 스스로 교실까지 올라와야해서 오늘 등원이 조금 낯설고 어려웠나봐요. 교실에 와서는 교사나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도 즐겁게 나누고 레고블록으로 공룡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오늘 유치원 등원 어려웠을텐데 잘 했다고 많이 칭찬해주시면서 격려부탁드려요.(웃음) 


학부모: 선생님이 아이 등원할 때 내려오실 수는 없나요? 다니던 아이 어린이집에서는 담임선생님이 나오셔서 아이 데려가셨는데 왜 여기는 안그래요?


나: 아~ 등원맞이방법은 원마다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어머님. 저희 원은 담임교사가 8시 30분부터 미리 등원한 친구들과 함께 교실로 가서 학급운영이 시작되어서 G의 등원맞이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어머님. 확인해보니 G의 등원시간이 9시~9시 20분 쯤이라고 기재해주셨는데 이 시간에는 담당선생님들께서 등원 도와주실거예요. 담당선생님들께 G가 오늘 유치원 등원할 때 조금 힘들어했으니 더욱 신경써달라고 말씀드릴께요. 양해부탁드립니다. 


* 해당 유치원은 8시-8시30분 당직교사가 있어 8시 부터 등원이 가능했다. 

담임교사는 8시 30분에 출근하여 미리 등원한 아이들과 교실로 이동하여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8시 30분부터의 등원맞이는 원감/방과후 교사들의 업무였다. 


학부모: 선생님! 몇 살이세요? 애는 있으세요? 

저희 애가 오늘 울면서 들어가는거 보고 제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아세요? 

애도 없는데 제 마음을 이해는 하세요? 




'쉽지않은 일년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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