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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01. 2024

동태와 할머니

한결의 사랑 시 산책 25

동태와 할머니

한결


우수에 내리는 눈이

봄은 아직 멀었다고

겨울의 살아있음을 알리려는지

아침부터 세차게 흩뿌리었다

시장 한 모퉁이 좌판에는

고향이 어디인지를 모르는 동태 여러마리가

다닥다닥 쪽방에 누워

마치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가족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수 년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은 듯한

색바랜 머플러로 얼굴을 칭칭 싸맨 할머니가

연탄불을 피운다

바다 내음 물씬나는 초록망에는

조개들이 시시콜콜 수다를 떨고

그중에 운좋은 놈은

연탄불 위에 올라가는 호사를 누린다

눈발은 거세지고

동태를 팔기위한 할머니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얼큰 시원한 동태찌게 국물에

막걸리 한 사발있으면 좋겠구만

오늘 점심은 팔리지 않은 조개구이 몇 점이다

눈발은 더욱 거세지고

이역만리 먼 바다

고향을 꿈꾸던 동태는 눈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할머니의 머리 위에도 눈은 계속 쌓이고

연탄불로 추위를 녹이지 못하는 세상은

얼은 동태 궤짝이 되려한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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