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면 가장자리에 공간이 남는다. 컴퓨터로 문서작성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간이 너무 많으면 그림이 작아져 빛을 발하지 못하거나 전체적인 균형이 맞지 않는다. 공간이 얼만큼의 크기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구도가 망가지기도하고 더 훌륭한 작품이나 문서가 되기도한다. 바로 여백의 역할과 중요성이다. 여백은 세상의 모든 만물에게 존재하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여백을 마주하기도하며 필요하기도 하다. 맑은 가을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떴을 때 하얀 구름은 중심이고 파란 하늘은 여백이다. 중심과 여백은 조화가 아름다울 때 더 빛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여백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며 쉼이다. 말처럼 쉬우면 좋겠지만 현대사회에 여유와 쉼을 갖는다는건 극히 어렵다. 우리는 늘 바쁘다. 해야할 일들, 각종 자기 역할에 맞는 역할행동까지 한 사람이 수행해야할 일 들이 해도해도 끝이없다. 거기에 더해 원하고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피말리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하나를 얻얻다고 가정할 때 또 다른 것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여유와 쉼은 사치가 되기 십상이다. 욕심이라고 하기엔 어쩌면 당연한 목표이기도하고 치열하게 삶을 사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건강을 잃을 수도 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분노, 실망 등으로 마음의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여백이다. 여백은 몸과 마음의 쉼과 여유이고 이는 목표달성에 대한 욕심을 내려 놓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 하드에 용량이 가득차면 필요없는 것을 삭제해서 빈공간을 만들어주듯 우리 들의 삶에도 때론 빈 공간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상반된 말일지도 모른다. 회사 생활은 놀러다니는게 아니다. 늘 긴장된 시간의 연속과 무언의 압박, 끊이지 않는 일이 주는 조급함이 있다. 좀 한가하다 싶으면 어김없는 돌발의 상황 들, 하루가 언제 갔냐 싶게 바쁘고 바쁘다. 물론 일에대한 성취감도 있겠으나 빡빡함 속에서 나오는 예민함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한다. 정력을 쏟아부으며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늘 어디 한 구석 모자란 듯다. 내 안을 한 점의 여백없이 성과나 물질, 공명심 등으로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채 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모든 것을 넘치도록 채우려는 과욕에서 나온다.
조금 모자르면 어떤가. 조금 완벽하지 않으면 어떤가. 도화지를 그림으로 꽉 채워야만 좋은 작품이 되는것은 아니다. 때론 주변에 빈공간을 남겨놓고 그림 사이 사이에 여백을 남겨두어야 멋진 구도와 돋보이는 그림이 될 수있다. 나를 돌아본다. 다 채우지도 못하면서 채우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나를 살리는 건 채움이 아닌 때론 비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한 것은 아닌지 진짜 내게 필요한 것은 숨고르기다. 내게 여유가 없는데 어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가슴에 공간이 없는데 어찌 아름다운 생각 들로 채울 숮있을까. 여백은 남아도는 것이 아닌 꼭 가져야할 여유이고 숨쉴 공간이며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을 풍요롭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만족, 감사, 평안을 머무르게 하는 마음의 공간이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풍선에 공기를 빵빵하게 채우면 터진다. 적당히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계속 공기를 불어넣는것이 아닌 적당히 틈을 주는 삶이 되어야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도 말랑말랑함을 유지하여 터지지 않을 것이다. 내 안을 가득 채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완벽한 것은 없다. 삶은 유한하고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른다. 너무 많은 것을 갖으려고 하다가 스스로를 갉아먹는 우를 범하지 않고 욕심이 들어갈 자리에 만족, 감사, 사랑 등의 마음으로 채운다면 메마르고 추운 세상에 조금의 온기를 보태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여백의 진정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