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지 Jul 22. 2023

#04 프로젝트 진행 시 가장 중요한 것, 친밀감 형성

  디자인, 디저트, 서포터즈 팀은 각 팀마다 일정을 정해서 주 2회 정도 만남을 가졌다. 방학을 활용해서 집중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서포터즈 팀 같은 경우는 주 3회를 만났다. 이 세 개의 팀은 총 8회기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제부터 운영단 5명은 청소년에게서 손을 떼고 대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했다.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사무실에 매일 와서 프로젝트가 있는 날에는 활동 공간을 정돈하고, 활동 사진 촬영, 출석부 관리, 활동 일지 관리, 활동 마무리 후 청년과의 면담 등이다. 1~3회기가 진행될 때 대학생들이 막막해 하는 경우가 많았어서 활동 후에 내가 대학생들과 면담을 자주 진행했다. 어떤 점이 잘 안 되고 어려운지 말을 하면 나의 경험으로 풀어나갔다. 


  그중 서포터즈 팀이 제일 인원이 많아서 관리가 어려웠기 때문에 내가 서포터즈 팀으로 투입되어 퍼실리테이팅을 도왔다. 그런데 진행하면서 큰 문제가 있었다. 서포터즈 팀의 경우 '지역사회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해야 했는데 청소년과 청년 간 친하지가 않아서 카메라만 켜면 다들 얼어붙는 것이었다. 기획 회의도 다들 낯을 가려서 아이디어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회의 중에 나는 외쳤다.



  "얘들아 음료수 사줄게. 나가자!!!" 



- 친밀감 형성,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호칭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래서 우리는 카페에 가서 빙수를 먹었다. 빙수를 먹으면서 관심사,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연예인, 동그랑에 들어온 이유 등등을 물어보았다. 다양한 대화를 하면서 아이들은 나에게, "선생님" 이라는 호칭으로 나를 불렀다. 그래서 나는 "나는 선생님이 아니야. 하지 아니면 언니, 누나 라고 불러줘." 라고 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바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수평적인 것이 아닌 수직적인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 나도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안 하고 평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이들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고 사용했다. 만약 청소년 관련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꼭 명심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빙수를 먹고 볼링장에 가기로 했다. 물론 내가 추진했다. 아이들은 더욱 환호했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20분 거리에 있는 볼링장에 걸어서 갔다. 가는 과정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00이는 평소에 학교 끝나고 뭐해?", "어떤 학원 다녀?" 다양한 질문을 하니까 아이들도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러면서 친밀감을 쌓아갔다.





  명목상 볼링장에서 노는 모습을 촬영하자고 했는데, 사실 나는 볼링을 치면서 친해지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기서 찍은 동영상은 내용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유튜브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친구는 "영상에는 재미없어 보여도 저는 진짜 재밌었어요." 라고 말해줬다. 이렇게 말해줘서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서포터즈 팀의 목적은 '보은을 홍보하는 콘텐츠 제작'이지만,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서는 성과 보다는 이렇게 친밀감을 쌓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서포터즈 팀은 이날을 계기로 친밀감이 형성되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어, 내가 없어도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래 사진처럼 대학생의 길잡이 아래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어 나갔다. 스토리 보드도 짜보고 대본도 작성해 보았다. 이때의 청소년은 모두 중학생이며, 한 명만 고등학생이었다.






  서포터즈 팀은 영상을 만드는 팀이기 때문에 대학생 한 명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상 기획안 양식 같은 게 혹시 있나요??" 나는 영상 기획안 양식, 스토리 보드 양식, 큐시트 양식을 모두 갖고 있었지만 "아, 아쉽게도 없어요. 이참에 청소년들이랑 같이 만들어보는 거 어때요??" 라고 말했다. 내가 이때 양식을 드렸더라면 다시 만드는 수고로움을 분명히 덜었겠지만 대학생과 청소년은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 '자기주도성'이 함양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소한 부분도 신경쓰면서 프로젝트를 운영해나갔던 것 같다. 고의적으로 한계를 설정하여 구성원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본격적인 시작, 모집과 워크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