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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y scenes Jul 08. 2023

우리의 모든날, 모든 순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_2022

 이 영화는 정말 미친 영화다. 미친듯한 상상력으로 예상하지도 못한 내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다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을수록 나도 에블린처럼 머릿속이 터질것만 같았다. 멀티버스 세계관으로 다양한 우주에 사는 수많은 에블린과 서로 능력을 가져와 쓸수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황당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의미없고 우스꽝 스러워 보이는 행동처럼 보여도 중요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일까.



 에블린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 웨이먼드를 따라서 미국으로 오게되어 딸 조이를 낳게되고 세탁소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영화 시작에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생활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카메라와 대사들이 그들앞에 놓인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다 갑자기 알파 웨이먼드가 등장하면서 전개가 반전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결정을 하게 되고 그 결정에 따라 갈래가 나누어져 우주가 생긴다. 모든 우주에 존재하는 에블린은 지금의 에블린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의 우주에서 에블린은 자신이 놓친것들을 후회했다. 웨이먼드를 따라 오지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나를 붙잡았더라면 이런 삶은 살지 않았을거라고. 하지만 알파웨이먼드는 이런 에블린이기에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기회와 순간들을 선택하지 않았기에 그 결정이 다른 모든 우주의 에블린을 성공하도록 이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에블린은 뭐든지 될수있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내가 놓쳐 버린 것들, 이루어 내지 못했던 일들이 실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그런 일들이 지금의 가능성 있는 나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Be Kind ,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식

웨이먼드는 영화 내내 착하고 바보같은 남편의 이미지로 비추어 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는 에블린을 막아서면서 이야기한다. 세상을 살아왔던 자신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에블린은 그에게 세상을 살아가기에 너무 무르다고 말하지만 그는 그게 자신이 싸우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친절함, 사랑. 그것이 웨이먼드가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웨이먼드를 따라가지 않았던 우주에서의 에블린은 성공적인 배우로 자리잡았고 웨이먼드도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금보다 서로 다른길을 선택했을때가 더 성공적인 모습이다. 여기서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이야기하는 장면은 홍콩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웨이먼드는 혼란스러워 하는 에블린에게 "다음생에는 당신과 함께 빨래방도 하고 세금도 내며 살고싶어" 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에블린은 깨닫는다. 그가 모든 순간 한결같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었음을.

에블린은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한다. 반면 웨이먼드는 여유롭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며 친절을 베푸려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에블린처럼 무기를 들고 싸울수도 있지만 웨이먼드처럼 사랑으로 감싸준다면 모두 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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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가족이라는 존재

조부 투바키는 모든 우주를 드나들면서 모든 감정들을 느껴버렸다. 그 모든것들을 느끼고 나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어느날 세상의 모든것들을 베이글 위에 올렸더니 에브리띵베이글이 만들어졌고 이 베이글을 통해서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했다. 그녀는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알파우주에서 에블린은 투바키를 극한으로 몰아붙혔고 그 결과로 투바키는 스스로를 파괴시켰다. 생명을 앗아가고 모든 에블린들과 싸워가며 자신의 죽음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비로소 자신을 파괴하려 할때 에블린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투바키를 막아섰다. 어디든지   있고 무엇이든지   있음에도 에블린은 엄마라는 존재로 조이의 곁에 있는것을 선택했다.

조이와 에블린은 다정한 모녀사이는 아니었다. 딸을 이해하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딸의 여자친구를 아버지에게 친구라고 소개할 수 밖에 없었고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살쪘다며 툭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조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랬다. 비로소 에블린이 조이를 안아줬을때 조이는 늘 곁에 존재하던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관람해야한다. 그래야만 하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작년에 극장에서 3회차 관람을 했었다. 139분의 러닝타임에 완전히 몰입했을때 그 끝에서 오는 감동이 말로 할 수 없을만큼 벅차오른다. 요새는 극장에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바쁜 현대생활로 두시간 가량의 영화에 집중할 여유가 없기도 하다.  어쩌면 머나먼 미래에는 <핫 썸머나이츠>에서 묘사한것 처럼 영화가 사라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등장할때마다 나는 뼈저리게 느낀다. 이런 영화는 필히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극장과 영화는 없어질 수 없을거라고 믿는다. 극장에서 전체 러닝타임을 다 느껴야 한다. 이런 미친 감정들을 모든 사람들이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광활한 우주속에 무수한 가능성과 기회들이 오가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은 정말 작고작은 존재이다. 그 기회들과 가능성을 저버렸다고해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그 가능성을 저버렸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 모든 실수와 성공과 가능성들을 사랑하자. 내 삶을 어루만져주고 주변사람들을 따스하게 감싸주자. 모든 싸움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선의와 사랑으로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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