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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T Sep 11. 2022

티탄과의 대화.

티탄

인류는 예수를 잃어버렸고, 

신은 늙었다. 


신의 피조물이라던 당신은

그 성스러운 손으로 

두 발을 묶고있지 않은가. 

성, 성애, 성별. 

도덕, 규범, 제도. 

그대의 손은

그대를 반으로 베어버린다.

이천년 전 즈음 이맘때엔

어떤 사내가 그대를 구원해주었고,

그때에도 우매의 죄악 속에서 허덕이었으나

지금은 누가 희생을 건네줄 것인가. 

심지어는 신조차 아들을 잃어버렸기에

낡고 비루해진 당신에게 메시아란 없다. 


당신은 그들의 가운데 서있다.

티탄과 함께 자라왔으며

그들 속 가장 깊은 곳에 침투해있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버지도 아들도 아닌,

그 사이를 방황하는 존재이며

그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존재이다.

모든 그들의 오만함을 관통하여

새로움을 불러일으킬 존재이다.

허나 그대의 손길은 파멸이 되어

쫓기는 중이지 않은가.

당신은 고매함에도 방황하고 있다.


그가 메시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할지언정

현혹되지 말라.

어느샌가 잃어버린 구원의 한 줌이

당신의 손을 끊고

새로이 탄생시킬 것이라 믿는다면

이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창조는 파괴에서 비롯되니

그는 당신을 파괴하지만

동시에 당신이기에.

그의 잔혹이란

당신이 역겨움이라 여기지만

바로 그 장벽을 허무는 순간

그는 탄생이 될 것이다.


저 멀리에 있지만

아주 가까이에.

그을린 배를 붙잡고

몸을 공간에 맡긴 채

걷잡을 수 없는 불길 속에서

한 순간을 목도하며

눈을 감고 저지르는 것.

당신은 거울 속에서.

당신은 존재 속에서.

서서히 같음을 깨닫는

불안하고도 황홀한 시간은

모든 사실에 닿음에도

끌어내리는 손을 저버리며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


사랑,

사랑만이 곧 잉태이며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 되는,

그리곤 끝내 그 모든 모순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당신을 탄생하는

단 하나의 힘이다.


사진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10944760/mediaviewer/rm1049950465?ref_=ttmi_mi_all_sf_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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