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미니멀리스트로 거듭나기
2022년 9월 12일, 멜번을 떠나는 날 D-3
지난주 오늘만 해도 눈앞에 쩍 하고 입을 벌린 캐리어 4개를 바라보며 한 숨을 쉬며 일기를 썼는데, 일주일이 지난 오늘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올려뒀던 옷과 신발들은 결국 팔리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멜번 시내(CBD)에 있는 중고샵/자선단체 몇 개를 찾았다. 그중 한 곳을 선택하여 내게 당장 필요 없는 물건들은 다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내가 이동하게 될 곳은 호주의 캘리포니아같이 사계절 내내 건조하고 온화~후덥지근을 넘나드는 사막에 가까운 곳이라 현재 8~15°C 인 멜번에서 입던 모든 겨울 옷을 포함하여 당장 1년 이내 한 번 입어질까 말까 한 옷들은 가격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좋은 뜻으로 남 주거나 잃어버린 물건은 어떻게든 내게 다른 좋은 쪽으로 돌아온다는 게 내가 서른 넘게 먹고 배운 이치이다. 복(luck)도 그걸 받아낼 빈 공간이 있어야 들어온다.
이제 내가 가진 것은 중간 사이즈 캐리어 2개와 백팩.
내 모든 옷가지들과 신발, 주방용품, 전자제품, 책과 필기도구, 세면도구가 전부 이 안에 들었기 때문에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이 모든 걸 잃는다 해도 큰 미련이 없다.
비로소 난 짐에서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