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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 Aug 24. 2024

미리 쓰는 안녕 편지

to. 서초롱


안녕 초롱아

밤이 되니 너는 다시 아파오는구나

2021년 4월부터 지금까지 폐수종 8번과 심낭수 1번, 심정지 한 번을 겪었네

언니랑 오빠는 한 번의 폐수종이 또 온다면… 너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어

너를 포기한 건 아니고 어쩌면 우리의 욕심 때문에 고통스러운 너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


근데 어젯밤, 숨 넘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니 우린 병원으로 다시 향했어

며칠 전에 마지막 약이라 생각하고 썼던 이뇨제를 썼었는데

역시나 독한지 물은 잘 빠졌지만 전해질불균형이 심하게 왔어

그래서 다른 약으로 바꿨더니 또다시 물이 찼다더라

병원은 입원을 권했어


일주일간 두 번의 병원 방문 때문인지 지칠 대로 지친 너를 병원에 두고 올 수 없었어

결국 마지막 약으로 생각하고 썼던 약을 3분의 1 용량만 증량해서 왔는데


결국 또 물이 차오르는 게 눈으로 보여

응급약을 먹이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빠랑 언니는 혼란스러워

보호자인 우리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지?

이 긴 고민 속 너는 더 고통스러워질까 봐 두려워

그 모습을, 보내지 못하겠다는 마음에 눈 가리고 못 본 척할까 봐 너무 두려워

2.7kg의 작은 몸이지만, 우리의 마음속 크게 자리 잡은 네가 우리 곁에서 없어지는 것도 두려워


마음을 다잡으려고 쓰기 시작한 편지인데

나는 또 흔들린다?

직접 해주는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하는 너를 어떻게 보내니


오늘도 나는 네가 더 살 수 있을 거란 행복한 착각을 한다

불사신이라고 별명 붙었던 초롱이가 이번에도 이겨내 주기를 빌어



어떻게 12년간의 긴 세월을 한 장의 편지로 다 담을 수 있겠니

나는 이 핑계를 대며 오늘도 이 편지 마무리를 미룰래


사랑해 초롱아

부족한 언니 오빠 때문에 네가 고생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곳 많이 놀러 다녔다 그렇지?

앞으로도 더 좋은 곳, 좋은 음식 줄 테니까

이겨내 줘


24.08.24 토요일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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