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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Jul 01. 2023

골프장에서 마주한 진실

어찌 보면 아는 문제가 더 어렵더라

대체 나는 왜 스트레스를 못 이겨 병을 앓게 되었나. 어찌 보면 주변에서 더 객관적으로 절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정말 친한 다른 팀장, 그리고 주말에도 함께 골프 치고 형 동생하는 옆자리 차장에게도 물었죠. 내가 일하는 게 어떤 점이 문제인 거 같아?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뻔하기까지 하더군요.


넌 좀 내려놔라


솔직히 스트레스의 원인은 너무 당연하잖아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부담에 이기지 못하고 병이 되는 거. 분명 제가 오버워크를 하고 있다는 건 저도 알고는 있었어요. 그게 어떤 형태인지를 몰랐을 뿐이지.


아직 백돌이*를 벗어나지 못해 골프장에서 갖은 구박을 받으며 카트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저 차장이 좀 더 자세히 말해주더군요.

*골프 스코어가 100을 넘는 사람으로 보통 낮은 점수가 나올수록 실력이 좋습니다.


"네가 일을 잘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막혀있는 모든 일을 네가 해결하려 하지 마. 다른 사람이 못하거나 다른 팀이 못하는 일도 네가 왜 나서서 풀어주고 다니냐. 자꾸 그렇게 해 버릇 하니 얌체 같은 놈들이 이용하면서 네 일만 많아지는 거야"


AI가 이상하게 그림을 그리네요, 실제로 이렇게 안 늙었습니다


뭐 반박할 건덕지도 없더군요. 저는 그저 골프나 치자고 웃어넘겼지만 속은 웃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걸 모르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을 뿐이니까요.

저도 늘 은근스레 일 떠넘기는 얌통머리 없는 놈들을 바라볼 때마다 속상하고 내버려 두고 싶죠. 하지만 여긴 회사고 서로 투닥대다가 문제가 있어도 별일 없는 그런 동아리 활동과는 다르잖아요? 거기에 저는 중간 관리자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과제를 제때에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있는 사람이고요.


어떤 분은 이 글을 읽으면서, 임원도 아니고 뭐 그런 생각을 회사원이 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이게 제 책임감의 형태일 뿐,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다른 형태의 책임감이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전 그게 일이란 형태로 벌어지고 있을 뿐이었고요.


오히려 스스로 알고 있던 사실을 다른 사람을 통해 재확인받으니 기분이 뭐랄까요...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누군가는 문제를 알면 해결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보면 알면서도 지금까지 해결해 오지 못했던 문제라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더 막막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날 골프 스코어는 110타로 마무리했습니다. 점심내기 패배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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