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Jul 19. 2023

직원이 퇴사를 했다,

물론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평소 저는 오지랖이 넓은 편이라 다른 팀의 사람들과도 교류가 많은 편이긴 합니다. 정확하게 정정하자면 오지랖이 넓다기보다는 기획자라는 직무 때문에 필연적으로 타 부서와의 소통이 활발해 자연스럽게 된 겁니다. 뭔가 스스로를 다르게 포장하려 해서 미안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하나가 퇴사를 하게 되었다며 술 한잔 사달라고 연락을 하더군요.

한 개인의 퇴사라는 건 참 많은 기분이 들게 많드는 일 중에 하나인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퇴사가 절망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딱히 좋은 일이라거나 나쁜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직원은 깊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 모양이어서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표정이... 뭐랄지 우울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요.


저도 이직을 여러 번 하면서 퇴사를 했던 때를 되돌려보면 참 많은 생각이 몰아치는 순간인 거 같아요. 물론 지난 회사에서 과로로 쓰러졌을 땐 산재처리 할까 봐 서둘러 사직서 제출하게 하는 걸 보면서는 허탈함을 느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당한 외로움과 애잔함, 미련 그리고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까지 버무려진 굉장히 오묘한 느끼이 들곤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젊은 시절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니 까요. 철이 들고 나서부터는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직장 동료고 선후배입니다. 그렇기에 이별에 남다른 감정이 생길 수밖에요.


한 번은 지금 이 직원은 아니지만 다른 직원이 퇴사를 결정했던 날이었어요. 평소보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너 퇴사하냐?"라고 가볍게 던졌던 한마디에 "이거 비밀로 해주십셔, 저 곧 퇴사합니다"로 답했던 친구.

일머리도 있고 싹싹해서 더 기억에 남았던 친구인데, 결국 난 비밀로 했지만 사람들 다 알더라, 네가 퍼트린 거였냐...


이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현재 우리 회사에서 계약직이라 조건도 좋지 않았지만 가려는 회사는 이제 정직원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걸 알고 나서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던 게 기억나네요. 


"퇴사란 게 이미 결정되어 있어도 나가는 순간에 누군가도 잡지 않으면 서운하고, 또 내가 잘못 살았나 회의도 드는 그런 일이란 건 잘 알아. 하지만 너를 좋아하는 형으로써 한마디 한다면 가라. 여기선 최근 인력 문제든 뭐든 당분간은 대우가 좋아지기 힘들 텐데 네 인생을 위해서는 지금은 가는 게 맞다. 울지 마라"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던 그 친구의 얼굴이 기억나네요.


다시 돌아와 현재의 퇴직 예정자. 이 친구는 자기 상사에게 퇴직 면담을 할 때 붙잡는 한마디도 없이 몇 분 만에 면담을 마친 게 너무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제 기억에도 이 상사분은 평소 이 친구를 굉장히 아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배신감의 표현이었던 건지 뭔지 당사자가 아니라 짐작도 못할 일이었죠.


저는 퇴사는 장례식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퇴사자를 보내버리겠단(?) 뜻은 아니고, 감정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전 사실 장례식은 고인보다는 남겨지는 고인의 가족들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이별의 슬픔이 가장 심할 때에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면서 옆에서 여러 사람들이 위로와 함께함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거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퇴사 역시 떠나가는 이에게 대한 위로도 있겠지만 저는 근본적으로는 남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마땅히 해야 할 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언제가 됐던 '내가 저 자리에 섰을 때에도 외롭지 않겠구나'라는 마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저도 아마 이전 회사에서 이런 위로를 받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병환에 많은 씨앗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이 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이러면 싸우자는 거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