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Nov 06. 2023

약을 먹다 그리고 살이 찌다

우울증 약 부작용이 살찌는 거라던데?

그렇다던데요? 우울증 약 부작용이 살찌는 거라던데요? 내 잘못이 아니라던데요?

요즘 제가 살이 많이 쪘습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저는 일단 우울증 약 때문이라고 진단을 하고 싶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7~8km씩 달리기도 하고 노력하는데도 살이 찌기만 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거든요.


물론, 접대하느라 술도 많이 마시고

물론, 잔업도 많아 데이타임엔 거의 책상에만 앉아있고

물론, 주말에는 스트레스 푼답시고 야식을 먹어대고

물론, 야식을 먹을 땐 맥주 한 캔 까는 게 의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제 잘못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뭐 제 나름의 추론으로는 다음 두 가지가 주된 원인으로 보는데...

1. 제가 복용하는 항우울제/공황장애 약 자체의 부작용이다.

2. 약을 먹지 않고 병을 앓고 있던 상태 대비 컨디션이 좋아져서 먹성이 올라온다

뭐가 됐든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발톱을 깎으려 허리를 숙이면 배가 눌려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우울증/공황장애 치료하면서 살쪄서 스트레스까지 늘어나니 더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 같고, 살이 찌는 어느 임계치를 넘어버리니 모든 걸 놔버리고 더 먹고픈 욕구가 솟구치기까지 하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 하나의 계기가 있었죠.


바로 금연, 이는 분명 대가성으로 시작된 금연이지만 지금은 50일째 금연 중입니다.

제가 건강하길 바랐던 와이프와 밤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중, 금연을 하면 제 오랜 꿈이었던 오토바이를 사주겠다는 와이프의 이야기.

눈이 번쩍 뜨였죠. 세상 모든 게 무의미해 보였다가 갑자기 뭔가 새 삶을 찾을 거란 희망이 보였습니다. 용품도 이거 저거 찾아보고 잔뜩 들떠 당장 담배를 끊었죠.


그러면서 뭘 살까 고민하던 시기가 길어지던 때에, 와이프가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들었나 봅니다.

뭐, 바이크 타다가 한 번에 죽으면 나은거지 재수 없어서 팔다리라도 하나씩 없어봐? 같은 그런 이야기였겠지요. 그탓인지 그 뒤로 종종 와이프가 제게 묻더군요.


"오토바이 위험하지 않아?"


이럴 거면 대체 왜... 나의 금연을 대체 무엇을 위해...

분명 제 건강을 위한 것이지만 철부지 같은 쌩떼에는 그런 성숙함은 어디도 없었고, 와이프와 그런 소소한 논쟁을 이어가던 때 티브이에선 막 지방흡입 광고가 나왔더라죠.


"안되면 나 저거라도 할 거야!"



그렇게 저는 지방 병원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항상 앞으로만 나아가진 않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