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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닭 Dec 25. 2022

버킷 리스트 (2022.12.25)

버킷 리스트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의 마지막 주제가 주어졌다. 바로 '버킷리스트'다. 나는 요즘 현재에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봤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영어 속어, 'Kick the bucket' 관련이 있다. 속어의 뜻은 '죽다'로, 목을 매달아 죽을 때 밟고 올라갔던 양동이(Bucket)를 걷어찬다(Kick)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것을 적은 목록(List)이 버킷리스트인 셈이다. 예상치 못한 섬뜩한 유래에 놀랐다.

  그러나 이제는 버킷리스트를 좀 더 가벼운 의미로도 말한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뿐만 아니라 그저 '하고 싶은 일'정도로 말이다. 나는 오래도록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해 왔다. 평생을 열과 성을 다해 쫓고 싶은 목표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다수의 분야에 흥미를 가지지만, 한 분야에 모든 걸 바쳐 열중한 경험은 없었다. 나와 맞는 걸 찾지 못해서인지, 기질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운명적인 무언가를 우연처럼 마주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다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걸 찾길 바라면서!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2022년을 마무리하며, 2023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적어본다.






1. 나를 기록하기



  나는 나를 기록하고 싶다. 이런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가수 아이유다. 구름 같은 팬을 이끌고 많은 매력을 뽐내는 아이유지만, 그중 나에게 가장 멋지게 느껴지는 건 '자신을 풀어내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아이유가 작사로 참여한 노래에서 두드러진다. 아이유가 쓴 가사들이 나의 마음을 울릴 때 나는 감동하기도, 위로받기도 한다.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섬세한 언어로 운율에 맞게 표현하고, 남의 마음까지 울릴 수 있을까? 부럽다 못해 약간의 질투가 날 정도다.

  특히, 아이유의 '나이 시리즈'는 질투를 넘어 배우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아이유는 자신의 나이를 주제로 담은 노래, '스물셋'(23세), '팔레트'(25세), '에잇'(28세)을 발매했다. 아이유는 자신의 지난 시절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받으며 기억할 수 있구나. 멋지고 닮고 싶었다. 아이유의 방식을 통해 나를 되돌아봤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어떤 이야기로 남을 수 있나. 어떻게 기록될 수 있고, 어떻게 평가받을까. 나와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추억할 수 있는가. 나를 남긴 기록물들은 사실 많다. 끄적인 메모와 주저리 적은 문서들 그리고 각종 행사 때 착용한 명찰과 상장 등. 그러나 정돈되지 못한 나의 발자국들은 시간이 지나며 흩어지고 사라졌다. 휴대폰이 망가져 바뀔 때, 이사를 하기 위해 짐을 정리할 때 등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소한 기록들은 잊혔다.

  과거에 대한 미련은 없어서, 남긴 기록물들을 되돌아보지는 않지만 가끔씩은 예전의 내가 어땠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아가 지나간 나날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과 깊은 마음들을 정돈하여 적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감사하게도,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접하게 되어 나의 이야기들을 매주 적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기억하고, 순간의 나를 증명하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계속해서 나를 기록하고 싶다. 브런치뿐만 아니라 그때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면 더 좋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작성하는 습관이라도 꾸준히 유지하자.



2. 퍼스널 브랜딩 하기


퍼스널 브랜딩


  개인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개인의 꿈, 철학, 가치관, 비전, 장단점, 매력, 전문성, 재능 등을 분석해 지향하는 포지션과 목표를 정하고 커뮤니케이션 툴과 채널을 통해 브랜드화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퍼스널 브랜딩 (PR 용어사전)


  나는 퍼스널 브랜딩의 방향을 설계하고 싶다. 이는 '퍼스널 브랜딩'이란 단어를 접한 후 세운 목표다.

  퍼스널 브랜딩을 알기 이전의 시기에, 나는 한창 나를 성장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란 말에 감명받아, 나를 되돌아보고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방황하던 나에게, 사람 자체로 매력적이어도 된다는 말은 굉장한 유혹이었다. 나는 나를 되돌아보고, 외면과 내면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란 말을 처음 접하고 굉장히 기뻤다. 내가 가치 있게 여겨 실천해 오던 '외면과 내면을 가꾸는 행동'을 한 단어로 정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가 하나의 단어로 정제된다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나누기에 좋은 소통 키워드가 된다. 게다가 퍼스널 브랜딩은 내가 추구하던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경지였다. 내가 행하던 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했으나, 퍼스널 브랜딩은 나를 '콘텐츠화'까지 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나만 보는 일기장(자기만족)을 쓰는 것과, 사람들과 함께 읽는 책(콘텐츠)을 쓰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겠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가꿔온 '나'자신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단 건, 나에게 설레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다만 아직 나의 어떤 부분이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2023년에는 퍼스널 브랜딩의 '방향'을 설계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각각 구분하고, 어떤 것을 콘텐츠로 전문화하기 좋을지 생각해볼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되는 선에서, 새로운 영역에서 사람을 만나고 배움을 익혀 식견을 넓히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처럼, 나의 노력들을 포트폴리오로 남겨서 꾸준히 기록하자.



3. 연애하기



  2023년에는 연애를 하고 싶다.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연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애가 끝난 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바닥까지 무너져 내린 덕에 나를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기도 했다. 고민의 시기에서, 나는 정말 되살리고 싶은 기억이 있었다. 바로 '연애를 해보기 전의 '나'였다.

  분명히 연애를 하기 전의 나는 혼자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이유 모를 외로움에 사로 잡히지도 않았으며, 연애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연애를 시작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좋은 경험도 있었지만, 점차 서로에게 기대어 서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내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에 대한 책임감을 서로에게 맡겨버리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쉽게 투정하고 풀어주길 원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단순한 외로움과 결핍으로 짝을 찾지 않는 상태, 나 자신을 온전히 지지할  줄 아는 상태, 즉 연애 생각이 없을 때 연애를 해야겠다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들림을 겪고 마침내 중심을 찾은 나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유연해졌다. 나의 장점을 알고 부족함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노력하되 매달리지 않게 되었다. 상대의 허물을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나의 탓으로 돌리지 않게 되었다. 일에 집중하는 분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혼자서 만든 시간에도 재밌게 지낼 수 있어 연애 생각이 없어졌다. 아, 드디어 연애를 할 때가 왔구나.

  물론 연애를 시작하면 위의 깨달음과 무관하게, 아이처럼 행동할 수도 있바쁜 일상에 지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전과 분명히 다른 점은, 연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나를 충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면, 힘들어하는 연인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새롭게 시작연애는 단순히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연애는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내가 연애를 했을 때,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소설을 적어나갈지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버킷리스트를 주제로 글을 써야 했을 때, 나에겐 뚜렷한 항목들이 없다고 생각했. 그러나 고민거듭하다 보니, 꽤나 큰 갈래들이 나왔다. 3가지 큰 목표로도 벅차, 잔가지들은 감히 소제목으로 적지도 못했다. 적지 못한 잔가지들은 '듣기와 말하기를 조화롭게 발전시키기', '대학원 입학하기, '투자로 일정 금액 만들기', '내 직업의 전문성 향상하기',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 표현하기', '일상의 루틴 만들기', '바디프로필 촬영하기', '유서를 쓰고 묘비명 정하기', '플란체 성공하기'등 너무나도 많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건 뿌듯하다. 예전의 나는 사는 것에 대해 별 생각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는데, 이제는 나의 관심분야를 알고 시도하려는 게 매우 건강하게 느껴진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목록'을 말하지만, 나는 내심 죽기 전까지 버킷리스트 100% 완성하지 못하길 바란다. 죽기 전에 모든 걸 이뤄버리면 남은 삶은 얼마나 허망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버킷리트들을 천천히 이뤄나가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나'와 '소중한 사람들'보다, 버킷리스트의 목표가 중요 해지는 건 원치 않는다. 시 멈추어가도 좋으니,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노력해 보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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