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자그마한 언덕이
버려진 체 아무렇게 우거져있었다
그곳이 지역주민을
위한 운동 공원을 계획했다가 지자체
단체장이 바뀌면서 없던 것으로 되었는데
맨발 걷기가 유행하면서
한두 사람이 우거진 길목을
쓸고 다듬고 발 닦는 수도 시설을
조성해 놓아 맨발 걷기 언덕길로
알려지는 동네 한 지역이 되었다
그곳엔 무연고 무덤이
5개가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무덤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무덤은
그곳 주인이나 마찬가지라 여겼는지
얼마 전에는 벌초까지 해서 깨끗하게
다듬어놓을 만치 그 주변을 도는 모두의
마음엔 죽어서도 함께 살아서도 함께란 걸
알아차린 듯
세상 태어날 때 우린 맨발이었고
이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맨발이란
단어가 주는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걷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음이고 좀 더 만족한 삶의
정보로 의한 멀쩡하게 꼿꼿하게
살기 위한 맨발 둘레길
무리 지어 나누는 서로의 대화 속 사정을
스쳐 지나가다 들어보면 맨발을 걸으면서
자신만의 삶의 방법을 나누며 서로가 갖은
의식을 놓고 풀고 발을 닦고 가는 뒷모습은
올 때와 다른 만족한 얼굴을 보게 된다
동네 평지 여러 군데 황토맨발 코너보다
곱게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뿌리와 잔돌이
거칠게 밟히는 곳을 걷는 것이 더 좋은 곳이라는데
그럼에도 난 살아가는 방법이 아직도 서툰 것처럼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픈 것은 지면에서
올리는 삶의 안간힘
그 인내를 깨우치지 못한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