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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김혜숙 Jul 03. 2024

맨발 걷기

집 앞 자그마한 언덕이
버려진 체 아무렇게 우거져있었다

그곳이 지역주민을
위한 운동 공원을 계획했다가 지자체
단체장이 바뀌면서 없던 것으로 되었는데

맨발 걷기가 유행하면서
한두 사람이 우거진 길목을
쓸고 다듬고 발 닦는 수도 시설을
조성해 놓아 맨발 걷기 언덕길로
알려지는 동네 한 지역이 되었다

그곳엔 무연고 무덤이
5개가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무덤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무덤은

그곳 주인이나 마찬가지라 여겼는지

얼마 전에는 벌초까지 해서 깨끗하게

다듬어놓을 만치 그 주변을 도는 모두의

마음엔 죽어서도 함께 살아서도 함께란 걸
알아차린 듯


세상 태어날 때 우린 맨발이었고
이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맨발이란

단어가 주는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걷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음이고 좀 더 만족한 삶의

정보로 의한 멀쩡하게 꼿꼿하게

살기 위한 맨발 둘레길


무리 지어 나누는 서로의 대화 속 사정을

스쳐 지나가다 들어보면 맨발을 걸으면서

 자신만의 삶의 방법을 나누며 서로가 갖은
의식을 놓고 풀고 발을 닦고 가는  뒷모습은

올 때와 다른 만족한 얼굴을 보게 된다


동네 평지 여러 군데 황토맨발 코너보다
곱게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뿌리와 잔돌이

거칠게 밟히는 곳을 걷는 것이 더 좋은 곳이라는데


그럼에도 난 살아가는 방법이 아직도 서툰 것처럼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픈 것은  지면에서

올리는 삶의 안간힘

그 인내를 깨우치지 못한 탓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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