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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가다 뛰는 도련님 Oct 14. 2023

#22 나는 싸이코패스가 되어야 한다

세상 구하겠다는 내 꿈은 몇 점인가

애플의 전설, 스티브 잡스 성격이 그렇게도 싸이코 같았다고 한다. 자기 직원에게 막말은 기본이고 인류애 따위는 개나 준 상습적인 해고통지서는 그의 경영철학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유명한 CEO들 상당수가 미디어에 보이는 우아함과 젠틀함과는 다르게 사이코가 많다고 한다. 

 


완벽주의, 그들이 싸이코이자 성공의 이유이다.


 

세상도 점점 완벽해지고 있다. 손 안에서 모든 걸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다. 더 이상 냉장고에 음식점 번호를 붙여둘 필요가 없다. 두꺼운 음식점 전화번호집을 찾아볼 필요도 없다. 모든 걸 앱으로 검색하고 주문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선택하고 결과를 평가할 뿐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냉장고는 깨끗해져으며 두꺼운 전화번호부집도 사라졌다.



인간도 사라진다.



권리니 뭐니 떠들어대며 실수하는 불완전한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이라는 놈은 그 어떤 불평하지 않는다. 일은 어쩜 그리 잘하는지 그 흔한 실수조차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간단한 주문을 받는 일만 하더니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무인점포를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필요하다. 나 역시 지금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곳에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까지 나와 대화하는 인간은 없다. 다른 인간과의 대화는 불필요하다. 나는 업주가 제공한 장소를 이용하고 다음에 다시 올지 안 놀지만 결정하면 된다.



참으로 완벽한 세상이다.



백화점 역시 완벽한 공사를 요구한다. 이를테면  조용한 공사, 냄새가 나지 않는 공사, 먼지가 나지 않는 공사를 말이다. 이를 위해 관리자인 나는 언제나 고뇌한다. 유튜브에서나 봤을 법한 첨단 장비를 들먹이는 백화점 직원들에게 현실과 맞지 않음을 설명해야 한다. 물론 씨알도 안 먹힌다. 백화점 측은 언제나 자기들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갑의 요구사항만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말한다.



"공사는 원래 시끄럽고 더러운 겁니다. 그게 본질입니다."



내가 틀린 말 했나? 그런데 이 말이 그렇게나 듣기 거북했나 보다. 그러자 팀장이라는 사람이 현장 방문하여 지난번 다른 공사 업체는 이랬다 저랬다며 나를 가르치려 든다. 한술 더 떠 공사 내적인 부분에까지 간섭을 한다. 저건 왜 저렇게 해서 힘들게 하냐며 이렇게 하면 되지 않냐며 말이다. 그리곤 어김없이 저러니 사고가 난다며 이번에 어디서 사고가 났다는데 뉴스도 안 보냐며 대놓고 무시를 시전 한다. 처음에는 그들이 공사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말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화점 안전직원들은 공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실제로 공사 중 화재가 난 적이 있다. 천정에 불이 붙었는데 가연성인 공조설비에 불이 붙어며 순식간에 천정 전체로 번져나갔다. 물론, 걱정은 하지 마시라. 용맹하고 민첩한 내가 단숨에 꺼버렸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화재 시 발생한 연기와 냄새가 영업 중인 백화점 내부로 넘어가며 고객들이 놀라 대피를 해버린 것이다. 백화점 안전, 방재실 직원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이닥쳤다. 



"왜 이렇게 탄 냄새가 나죠? 이 연기는 뭐죠?"

 


공사구역 가득히 찬 연기와 냄새, 결정적으로 천정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화재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가 퇴출당한다는데 상황을 보니 어떤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을 듯싶었다. 어쨰야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충 되는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스럽게 행동했다. 냄새가 나는 까닭은 금속을 갈았기 때문이고 연기는 내가 현장 바닥을 빗자루로 쓸었기 때문이라 했다. 천정이 탄 건... 도무지 설명이 안된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뻔한 거짓말이 먹혔다. 



백화점 직원들은 공사와 화재도 구분 못하는거다. 이런 것들이 안전이랍시고 규정을 강요한다. 그러니 그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 노동자들의 수고스러움만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는거다. 결국 또 나만 고생이다. 백화점 측의 입장을 대변하자니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모른 척해야 하고 노동자의 편에 들자니 툭하면 공사 중지나 외쳐대기에 공사가 위태로워진다. 나는 이 두 가지중 어떤 거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점점 싸이코패스가 되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정적인자이다. 조용히 생각하고 지켜본다. 하지만 공사장은 언제나 시끄럽고 날 가만히 두질 않는다. 정신이 점점 붕괴됨을 느낀다. 인간에 대한 환멸까지 깊어진다. 이 일을 계속 했다간 만화속 빌런처럼 흑화할것만 같다. 이제는 만화속 악당들이 왜 그리 됐는지 이해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희망이라곤 814만 5060만 분의 1이라는 로또 뿐이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기분이다.



인테리어에는 100점이 없다. 처음 인테리어 일을 시작하며 나의 사수가 가르쳐준 지침서다. 말 그대로 인테리어에는 100점이 없다. 모든 게 사람 손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완벽할 수가 없다. 항상 무언가 부족하고 어떤 부분은 잘못된다. 이를 억지로 100점으로 만들려들면 힘 만들고 결과도 나쁘다.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완벽한 세상을 만들려 하려 하면 안 된다. 완벽함을 얻으려다 더 큰 걸 놓치는 법이다.



완벽해지려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얼 잃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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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상적인 사회에 대해 생각한적이 있다. 그때는 자기 할 일만 잘하면 그게 좋은 사회라고 생각했다. 도둑은 잘 훔치고 경찰은 잘 잡는 그런 사회 말이다. 하지만 공사 일을 하면서 그 사회는 망할 사회라는게 보였다. 갑을병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스기사가 버스정류장에 정차를 해야하는데 교통난 때문에 도저히 정류장에 접근이 힘든 경우가 있었다. 그러자 버스기사는 도로 한복판에서 문을 열어 승객들을 내리고 경적을 울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와달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사실, 승객들은 잘못한게 없다. 원래 버스가 정류장으로 가는게 맞으니 말이다. 단지 을에 대한 배려가 없을 뿐이다.


이 사회는 갑을병정이라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세상이 완벽해질수록 이 시스템은 견고해진다. 갑은 을에게 점점 더 많은 짐을 싣는다. 을은 병에게 점점 더 많은 일감을 싣는다. 병은 정에게 모든 책임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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