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 피사로, <퐁투아즈 곡물 시장> 15분 에세이
그림이 참 화사하다. 점묘법으로 그린 그림이라서 인지 가까이에서 볼 때와 한 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또 다른 색상을 만날 수 있으니 경쾌함 마저 느껴진다. 날이 화창한 어느 가을날인 것 같다. 차려입은 듯 차려입지 않은 듯한 여인들이 저마다 곡물 주머니를 들고 나와 앉아있다. 어떤 이들은 흥정을 하고 있고 어떤 이는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다. 복작복작 저마다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그녀들의 손에 눈길이 갔다. 투박하게 그려진 손 들. 시장에 나오기 위해 곡물을 추수하고 다듬고 준비하느라 자신을 매만질 틈이란 없었겠지. 어린 시절 나는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손에 오래도록 자랐다. 할머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종종 시내 시장에 나가시곤 했다. 고춧가루 가게, 참기름 가게, 이불 가게를 지나 정신없이 사람이 많았던 시장 골목. 아주 어릴 적 기억이라 장면이 생생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할머니 손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할머니 손을 쭈글쭈글하고 투박하고 두꺼웠지만, 따뜻하고 포근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 증세를 보이셨는데 그럼에도 또렷이 기억하시던 것은 나를 키우던 시절의 기억이셨다. 할머니가 반복해서 이야기하시 던 레퍼토리 중 하나가 바로 그 시장 골목에서 나를 놓치고 잃어버렸다가 한 참만에 찾았던 에피소드. 할머니를 찾고 혼자 돌아다녔던 나를 혼내시면서도 울컥하며 우시던 그 모습이 생각이 난다. 할머니 손을 놓치고 시장을 헤매었던 기억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 깊이 남아있는지 종종 꿈속에서 재현되기도 한다. 몇 살쯤이었을까. 많아봤자 6,7살 아니었을까. 몇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투박했던 손과 그 시절 시장 골목의 소리와 냄새가 추억으로 떠오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