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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te greentea Feb 21. 2023

엄마와 나

자유낙하, 키키스미스, 1994

꼭꼭 접힌 종이 위로 한 여인이 웅크리고 있다. 물속인지 우주인지 중력의 힘이 닿지 않는 공간에 있는 것 같다. 그녀는 거추장스러운 옷도 장신구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마치 지금 막 엄마의 품에서 나와한 없이 나약한 상태로 세상을 마주한 것 같다. 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균일한 간격으로 접혀있다가 펼쳐진 모습도 마치 엄마의 품 같다. 흑백의 그림이지만 차갑지 않고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곱게 접어 품에 넣을 수 도 있겠다.

이 그림을 보며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다 보니 나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투영될 때가 많다.

어떨 때는 엄마가 나에게 했던 모습들이 나에게도 보이고 또 어떤 고집스러운 부분은 엄마를 닮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모습 같을 때도 있다. 어떨 때는 자신의 삶의 무게가 버거워 어린 나에게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원했었던 엄마. 예나 지금이나 '니 인생은 네가 책임지고 사는 거야'라는 문장으로 나를 바로 세워주는 엄마에게 나는 어쩌면 이 그림처럼 곱게 접어 엄마의 품속에 잠시나마 쉬고 싶을 때가 많이 있던 것 같다. 엄마는 다른 사람에게 잘 품을 내어주는 스타일이 아니고 독립적인 자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결혼 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고군분투했던 시절도 많았지만 엄마는 다른 친정엄마들처럼 집에 들러 아이들을 돌봐주신다거나 나를 거둬주시진 않았다. 한 달에 한번 엄마 얼굴을 볼 수 있으면 다행. 아이들이 어릴 땐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고 누군가 기대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게 엄마의 품이길 바랐을 때가 많았지만, 엄마에게 미안했고 내가 제대로 한몫을 해내고 있지 못하는 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다. 어떨 땐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서운했던 적도 얼마나 많았던지.

래도 세월이 흐르나 보다. 엄마는 매주 나에게 전화를 하고 미안하다 하신다. 주변에 엄마 친구들을 보면 손주 길러주느라, 딸 뒷바라지 아직 하느라 골병이 나는데 나는 편히 지낸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신다.  종이 속 작품의 여인처럼 엄마도 어딘가 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엄마도 자신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었구나 싶은 엄마의 삶이 이해가 되는 나이가 나도 이제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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