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태엽이 뭐야"
"돌돌 말은 스프링이야. 펴지려고 하는 힘을 이용하지. 장난감이나 시계 같은데 많이 들어있어."
작은 회화 작품 앞에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인생은 태엽이 없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뜻일까. 그림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young, middle age, old age라고 적혀있다. 위에 태엽을 의미하는 듯한 코일이 세 개가 있는데 young에서 old age로 넘어가면서 아래의 스프링이 위쪽 스프링으로 다시 차례로 옮겨간다. 펴지고 싶은데 결국엔 펴지지 못하고 결국엔 같은 패턴으로 종결된다. 인생에서 태엽이 있다면 어떤 의미일까.
아이에게 물었다.
"태엽은 다시 돌아가는 습성이 있는데, 인생은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는 뜻인가 봐. 너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니?"
"음... 어린이날? 매일 어린이날이면 좋겠어. 무얼 딱 하고 싶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게"
"매년 어린이날은 돌아오는데?"
"그거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이야기가 돌고 돈다. 좋은 선물을 받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 살고 싶은 건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은 걸.
나에게도 되돌리고 싶은 날들을 꼽아 보라면 서너 개의 날들이 떠오른다. 이불킥 하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날들도 많았다.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면 좋을까.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은 No.이다. 나는 어제 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삶을 살아내야지 다짐하며 나아가고 싶다. 내 인생엔 태엽이 없어도 좋다.
"그런데 왜 화면 조정 시간 화면일까? "
"더 나은 삶을 늘 바라지만 만족스럽지 않으니 계속 화면을 조정하고 있는 걸까? 지금 삶에 만족하며 살아도 좋을 텐데 말이야."
그 말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