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작가의 카르마 작품은 코로나 시기에 MMCA 디지털 미술관 콘텐츠로 처음 접했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VR 작품인 줄 알았으나, 덕수궁(!) 미술관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 작품임을 알고 한 번 더 놀랬던 기억.
이 작품은 서도호 작가의 카르마 조각의 드로잉 작품이다. 맨 아래의 인물 조각 위로 하나하나 쌓여있는 사람의 형상. 처음에는 마블유니버스에 나오는 빌런의 모습인 줄 알았더랬다. 어깨 위에 올라가 눈을 가리고 있는 형상. 작가는 아이를 목마 태워주며 떠올랐던 형상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하나, 나는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무거웠다. 간단한 드로잉, 여백도 많고 간단한 선들의 연결로 이어진 이 단순한 드로잉에서 나는 묵직한 에너지를 느낀다. 아슬아슬, 그러나 아래의 존재에 꼭 붙어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하면서 한숨도 나오면서 복잡한 심정이 든다.
나는 크면서 부모님을 크게 의식하며 살아오진 않았다. 외동딸로 크며 늘 맞벌이로 바쁘고 서로가 냉랭했던 부모님 사이에서 나는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귀찮았고, 혼자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하고 살아 내는 것이 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40살이 넘어가며 가끔 내 삶을 잠시 관조해 볼 때면 내 어깨에도 수많은 목마가 태워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사소한 습관, 생각하는 방식,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등등 어쩌면 내 것이라, 내가 스스로 만들었다 생각해 왔던 것들이 그저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것들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업보, 카르마.. 좋은 일을 하면 다시 좋은 일로 돌아오고 나쁜 행실은 결국 불행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업보. 이 업보가 그저 내 삶 안에서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나 이전에, 나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계성. 나는 이 조각의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