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엄마 : 왜 일이 집중이 안 되는 거야?
나 : 모르겠어. 가슴이 너무 뛰고 우울하고 축 쳐져.
엄마 :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야?
나 : 솔직히 말하면 엄마가 힘들어하는 날, 나도 너무 힘들어
엄마 기억나? 내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우울함을 토로했던 날. 그렇게 밝은 내가 어느 날부터 알 수 없이 우울함에 휩싸였어. 일이 힘들겠거니 싶었지만 우울함은 장기간 지속됐어. 그런데 내가 우울함을 유독 더 느낀 날을 일기에 적어나가다 보니 엄마가 의욕이 제일 없는 날 내가 우울함이 심각해지더라고. 마치 엄마의 기분을 내가 따라가는 것처럼 말이야. 엄마가 기분이 좀 나아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엄마가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12시간 이상을 눈 풀린 채로 있을 땐 우울함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의학과를 방문했어. 불안감 척도 검사, 우울 검사 등을 하고 주치의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어. 말을 하는 내내 주치의 분은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꼽으셨고, 그 부분이 나의 마음을 더 찢어놨어. 내가 나의 우울함의 원인을 마주해서였던 것 같아.
"엄마와 마음 거리를 두세요"
내가 장녀이기에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가 엄마에게 감정적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 나도 엄마 자식 맞는구나 싶었지. 그런데 아직도 엄마에게서 감정적으로 멀어지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대학 졸업하고 반듯하게 직장 생활하는 어른인데 엄마에게서 떨어지는 게 아직 쉽지 않아. 아직도 난 엄마에게 기대고 싶은 딸인가 봐.
엄마, 이럴 때면 조현병이 참 무서우면서 화나는 질환인 것 같아. 물론 모든 질환들이 발생하면 힘들지만, 조현병은 환자 자신과 그 가족들 모두를 우울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그렇다고 당장 세상에 호소할 수도 없어. 포털사이트에 조현병을 검색하면 아직도 '조현병이 아니고 정신병이 맞음' '그냥 정신병' '왜 사냐' 등의 반응이 많으니 말이야.
아무튼 엄마 나 많이 힘들어. 그래서 좀 더 거리를 둘게. 그렇지만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