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엄마, 운동이라도 나가보는 건 어때?"
"여보 등산 같이 가자"
"엄마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의욕이 더 사라져"
"여보 뭐라도 해보자니까"
엄마에게 하루 건너 하루 꼭 하는 말들을 적어봤어. 의욕이 없다는데 왜 그렇게 가족들이 닦달하는지 엄마도 스스로 많이 답답하지? 간혹 가족들과 싸우기 싫어서 그냥 아무 대답 안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면 그 순간은 화가 나지만, 지금처럼 나중에 생각해 보면 정말 미안해. 엄마는 그 순간 어떻게든 가족들과 다투지 않겠다고 가만히 있는데, 어떻게든 운동이라도 간단한 외부 활동이라도 시키겠다고 잔소리하는 가족들로 엄마가 지칠 때가 많을 것 같아.
그런데 엄마 이상하게도 예전의 엄마를 찾고 싶어 져. 되돌리고 싶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엄마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요구하게 되는 것 같아.
우리 엄마, 옛날 사진 보면 지금의 나보다 더 활발했는데. 또 맵시 있었고. 90년대 후반, 나는 기억 안 나지만 어릴 적 사진 보면 엄마는 또래 엄마들에 비해 스스로를 잘 가꾸는 사람이었어. 롯데월드에서도 길고 우아한 검은 원피스에 선글라스를 쓰고 내 유모차를 밀며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더라. 지금의 나보다 훨씬 아름다웠어.
그런 우리 엄마가 어떻게 22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을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TV 보는 엄마. 눈에는 초점이 없고, 몸은 축 늘어져 있고, 표정은 차갑지고 따뜻하지도 않은 마치 죽지 못해 사는 사람처럼 있는 엄마. 그런 엄마의 모습을 매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병식이 있잖아' '이젠 조현병인 것을 알고 약물 치료하고 있잖아'라고 생각해도 예전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나갔던 엄마를 다시 찾을 수 없는지 혼자 고민하고 울고 또 고민해.
엄마도 답답하겠지? 엄마도 움직이고 싶은데, 예전의 자신을 되찾고 싶은데 따라주지 않은 몸과 답답한 머리가 자꾸 엄마를 괴롭히지?
엄마, 많이 힘들겠지만 나랑 아빠, 토끼 같은 막내딸 손 꼭 잡고 예전의 엄마를 다시 찾아보자. 내가 백만장자가 아니어서 경제적인 것으로 엄마를 되돌리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엄마 손 꼭 잡고 지금보다 엄마가 좀 덜 힘들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기댈 수 있게 해 줄게. 지난 20여 년 이상을 엄마의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잘 자랐으니까 이젠 내가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 줄게. 평소에 표현은 못 해도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 우리 예전의 엄마 같이 찾으러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