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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의 노트 Mar 20. 2023

[2022 도쿄 #1] 가마쿠라의 커피 할아버지

3년 반이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가마쿠라의 작은 커피 가게

작년 여름, 코로나로 인한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지금까지 4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일은 일대로 바빴고

노는 건 노는 대로 바빠서,

브런치는 고사하고, 더 큰 결심을 하고 시작했던 블로그조차

거의 방치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문득,

언제 잊힐지 모르는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에

이렇게 소홀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펜을, 아니 키보드를 잡고 있다.


바쁜 가운데 시간을 쪼개 다시 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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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한 20번 정도 다녀왔는데

이미 다녀왔던 곳을 또 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내겐 도쿄 근교의 가마쿠라가 그런 곳 중에 하나인데

이게 갈 곳이 없어서 갔던 곳을 또 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녀왔던 곳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변치 않는 모습으로 있을 때

그때 드는 정겹고 반갑기 그지없는 감정이,

그렇게 다시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에노덴을 타고 하세역에 내려 5분 정도 걷다 보면,

이렇게 작은 골목에 작은 봉고차가 한 대 있고

그 안에서 커피를 타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2019년 5월 초,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이 작고 아담한 카페를 발견하고

작은 차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계시는 사장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주문해, 30분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2019년 5월 Ver.>



하세역 부근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작지만 다 갖춘 카페.






따로 건물 안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비를 피할 지붕도 있고

대단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것도 아니지만, 잠시 쉴 의자도 있고 읽을 책도 꽂혀 있다.







생각보다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커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커피를 주문하면, 할아버지께서 정성껏 커피를 만들어 주신다.








이런 운치가 가득한 곳에서 커피 한잔이라니.



이곳에서 짧지만 즐거웠던 시간을 보내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코로나 라는, 전 세계를 휩쓸어 버린 마수와 함께

3년 넘는 시간이 흐르고

2022년 11월, 3년 반 만에 가마쿠라를 여행하다가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







<2022년 11월 Ver.>






그곳,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하세역에 내려서 걸어가면서도,

혹시나 코로나로 인해 이 작고 아담한 카페가 사라지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내심 걱정되는 마음으로 갔는데,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이었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반갑고, 감사하고, 신기한 여러 마음의 교집합 안에서 나오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커피를 주문했다.




















조금 더 깊어진 주름, 하지만 여전히 편안한 웃음을 지닌 사장님은

그 자리, 그 안에 계속 계셨고

역시나 커피를 타주고 조용히 책을 읽으시더라.


연세가 많은 분이었기에, 번역기에 아래 문장을 쳐서 보여드렸다.



"저는 이미 3년 반 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국 여행자입니다.

그때 사장님께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었고, 커피를 마셨으며, 이곳에서 땀을 식히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3년 반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이 자리에 그대로 계셔서 너무 기쁘고 반갑습니다.

오늘도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고, 땀을 식히고 떠나도 될까요."




사장님께선 너무 반가워하시며

제가 2019년에 찍었던 본인 사진을 보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그 후로 온 2명의 손님들에게 각각 이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시며 허허 웃으시더라.

그렇게 30분의 짧지만 행복한 여유를 누리고 다시 떠났다.



떠날 때,


"제가 몇 년 안에 또 올 것 같은데, 그때도 이렇게 같은 모습으로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때 뵈어요."


이 말씀을 드렸다.









비싼 항공권을 주고 떠난 해외여행이니만큼 매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미 방문했던 곳을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방문하면서 느끼는 이런 정겨운 감정 또한,

제 여행의 큰 즐거움이기에

나는 이렇게 이미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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